종이상자 제조공장서 폭발 화재
석원호 소방장 2차 폭발로 숨져
6일 오후 1시 14분쯤 경기 안성시 양성면 석화리 종이상자 제조공장에서 폭발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인근 다른 공장 마당에서 작업 중이던 회사 관계자 9명도 부상을 입었다. 숨진 소방관은 건물 폭발로 지하에 사람이 매몰돼있을 것으로 판단, 구조에 나서다 추가 폭발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기둥 역할을 하는 철제 H빔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작은 철근들은 녹아 내렸다. 공장 인근에 서 있던 전봇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건물외벽 철제 패널과 샌드위치 패널에 든 스티로폼 등도 공장 사방 40~50m 밖으로 날아갔고, 직원들의 것으로 보이는 타다 남은 신발도 바로 옆 도로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공장 마당에 주차돼 있던 2대의 경차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타버렸고,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소방차 앞 유리는 온데간데없이 산산조각이 났다. 소방차 운전석 일부는 녹아 내리기까지 했다.
인근 공장에 있었다는 김모(47)씨는 “사고 당시 길 건너편 가건물에 있었는데 굉음이 들리면서 진동이 느껴졌다”며 “곧바로 현장으로 나가보니 스티로폼 등 온갖 물건이 날아들어 건물 안으로 다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날 불은 2층 건물 중 지하 1층에서 폭발과 함께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를 인지한 무인경비업체가 공장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관계자가 공장에 도착, 지하로 내려가려다 검은 연기가 나자 대피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성소방서 양성지역대 소속 석원호(45)소방장이 이를 목격, 지하에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하로 내려가려 던 중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석 소방장이 숨졌으며, 함께 출동한 이돈창(58)소방위가 얼굴과 양쪽 팔에 1~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석 소방장은 2004년 임용된 15년차 베테랑 소방관으로 중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를 했던 만능스포츠맨이었다. 평소 동료들과 야구를 비롯한 각종 운동을 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임용 뒤 소방차 운전부터 홍보업무, 구조대, 일방행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일을 하면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 ‘멀티소방관’으로 이름이 날 정도였다.
또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대원이었던 그는 송탄·화성·안성소방서 등에서 화재진압 업무도 도맡아 왔다. 그의 화려한 이력 덕분에 2008년 화재 진압 능력을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표창을, 2011년도에는 송탄소방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 석 소방장의 가족으로는 부인(44)과 아들(17)과 딸(13)이 있다.
정귀용 안성소방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석 소방장이 지하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사람이 안에 더 있다고 판단해 구조를 위해 들어가려다 2차 폭발이 일어나 순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서장은 “당시 지하에 연료탱크 등이 있었지만 휘발성이 강한 유증기 등이 가득차 있던 상태여서 유증기 마찰에 의한 것인지, 탱크 자체가 폭발한 것인지는 조사를 해 봐야 한다”며 “잔불 정리가 끝나고 무너지 현장을 수습한 뒤 현장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석 소방장을 현장 진압 도중 순직한 것으로 판단, 1계급(소방위) 특진키로 했다. 또 유족과 장례절차 등을 협의하고 장례식은 경기도지사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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