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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드라마서 ‘국제결혼’… 블랑카 “다문화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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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드라마서 ‘국제결혼’… 블랑카 “다문화는 내 운명”

입력
2019.08.07 15:09
수정
2019.08.07 20:4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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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규 시청률 40% ‘저널리스트’ 주연… 다문화 봉사하며 알게 된 현지인 추천

외국인 근로자와 공장서 일하고 ‘블랑카’ 개그 한 뒤 다문화 강사로

개그맨 정철규(오른쪽)가 우즈베키스탄 드라마 ‘저널리스트’ 촬영을 하다 짬을 내 상대 배우와 사진을 찍고 있다. 두 사람은 극에서 국제 결혼한 부부로 나온다. 정철규 제공
개그맨 정철규(오른쪽)가 우즈베키스탄 드라마 ‘저널리스트’ 촬영을 하다 짬을 내 상대 배우와 사진을 찍고 있다. 두 사람은 극에서 국제 결혼한 부부로 나온다. 정철규 제공

무릎을 꿇고 반지 케이스를 열어 프러포즈를 하는 사내의 눈빛이 간절하다. 그가 반려자로 마음에 품은 상대는 한국으로 유학 온 우즈베키스탄 여성이다. 결혼 뒤에도 그의 사랑은 식지 않는다. 남편은 옥상을 쓸던 아내의 빗자루를 뺏어 대신 청소를 끝낸다. 개그맨 정철규(39)가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저널리스트’에서 연기하고 있는 한국 남자 박상혁의 모습이다.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하는 영상이 얼마 전 공개돼 이주여성에 대한 일부 한국 남성의 가정폭력이 다시 문제가 된 것과 비교하면 결이 다른 역할이다.

‘저널리스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정철규는 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우즈베키스탄 분들 친구 신청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SNS를 찾아보니 최근 팔로어 10명 중 9명은 우즈베키스탄인이었다.

개그맨 정철규가 2000년대 중반 KBS2 ‘폭소클럽’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블랑카를 연기하고 있다. KBS 제공
개그맨 정철규가 2000년대 중반 KBS2 ‘폭소클럽’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 블랑카를 연기하고 있다. KBS 제공

한국에선 낯선 우즈베키스탄 드라마에, 배우가 아닌 개그맨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을까. 한국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우즈베키스탄 배우 딜도라가 현지 제작진에 한국인 역으로 정철규를 추천했다. 딜도라는 정철규가 다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정철규는 2000년대 중반 KBS2 ‘폭소클럽’에서 이주노동자 블랑카로 나와 인기를 누렸다. “사장님 나빠요”란 유행어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당한 ‘갑질’을 시원하게 풍자해 시청자의 공감을 산 덕분이었다. 정철규는 데뷔 전 3년 동안 공장에서 일할 때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폭언을 듣는 걸 보고 블랑카 캐릭터를 고안했다. 본명보다 블랑카로 친숙한 그에게 다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 그는 지난해 다문화 이해 교육 전문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그런 그의 삶의 행보에 맞춰 ‘저널리스트’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들어온 작품이었다. 정철규는 “아무래도 다문화는 제게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규는 지난달 ‘저널리스트’ 촬영을 한국에서 했다. 촬영 현장에서 통역의 도움을 빌려 우즈베크어를 익히고 바로 촬영을 해야 해 처음엔 애를 먹기도 했다. 사전에 한국어 대본을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철규는 “배우다 보니 우즈베크어가 재미있더라”며 “방송엔 제 말이 현지 더빙으로 나가 조금은 부담을 덜고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저널리스트’는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지만, 시부모와의 종교 갈등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저널리스트’의 PD가 한국 다문화 가정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를 각색해 드라마로 만들었다. 정철규는 “반응이 좋아 우즈베키스탄 현지 추가 촬영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우즈베키스탄 드라마 촬영을 한 그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현지어는 무엇일까. 정철규는 다음과 같이 답문을 보내왔다. “멩게 드루무시께 츠끄인?(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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