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 관세” 발언엔 즉각 “미 농산물 구매 중단”… 환율조작국 제재까지는 시간 있다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에 일단 투트랙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중국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곧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약 359조원) 규모 중국제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자 즉시 미국산 농산물 수입금지로 맞선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무역과 환율은 직결돼 있어 일격을 맞은 중국의 반응도 갈수록 거칠어질 전망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6일 “환율조작국이라는 딱지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미국의 허장성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2년 전이었다면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미국이 중국 제품의 관세를 높여 상당한 피해를 입히겠지만, 이미 미국의 대중 관세가 오를 대로 오른 만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시장의 신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중국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체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요구하는 위안화 절상에 나서는 건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다. 이에 환구시보는 “이번 조치는 완전히 정치적 결정”이라며 “중국을 향해 성질을 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시간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 환율조작국 관찰 리스트에 올라 전면적 제재가 시행되기까지 1년이 걸린다. 그 사이 할 수 있는 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협의하는 게 전부다. 미국 국내법도 환율조작국을 향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지 않았다. 결국 새롭게 터진 환율전쟁에 호들갑 떨지 말고 무역전쟁에 임하던 기조대로 맞서면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는 6일 새벽 온라인 성명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한다”면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의 추가 관세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가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따른 보복조치라는 점을 순순히 자인했다. 중국은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블랙리스트 명단 발표와 희토류 수출 금지 등 여전히 무역전쟁에 맞설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

다만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의 꽃놀이패다. 두고두고 중국을 괴롭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위안화의 국제 신용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광명망은 “무역분쟁을 금융과 자본시장으로 비화시키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전문가들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산가격의 안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내수와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고용과 사회안정을 위한 국내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쑹궈유(宋國友)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장기적인 위안화 가치 절하는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자금 유출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무역전쟁 보복 카드로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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