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연신 ‘세계 최초’의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까지 악재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현존 최고 성능의 신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양산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그저 ‘허언’이 아니라는 걸 실제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256기가비트(Gb) 3비트 V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양산, 글로벌 PC 기업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역대 가장 빠르고 가장 큰 용량의 SSD를 기업 고객에게 가장 먼저 공급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 생산성, 절전 등에서 최고 경쟁력을 한번 더 입증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낸드 제품 시장은 일반적으로 셀을 몇 단으로 얼마나 높이 쌓느냐를 놓고 벌이는 ‘단수 경쟁’의 치열한 장이다. 고층 아파트일수록 좁은 면적에도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듯, 단수가 높아야 면적 대비 데이터 처리 용량이 커진다. 보통 △1세대 24단 △2세대 32단 △3세대 48단 △4세대 64단ㆍ72단 △5세대 92단ㆍ96단 △6세대 120단 이상으로 분류된다. 삼성은 작년 6월 세계 최초 5세대 V낸드 기반 SSD 양산 성공했으며 약 13개월 만에 또 다시 6세대 V낸드 기반 SSD 양산 세계 최초 타이틀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단순히 높게만 쌓는다고 시장의 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 단수가 높아지면 층간 절연상태가 불안정하고 셀 최상단에서 최하단까지 전자가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져 동작 오류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90단 이상 셀을 초강력 레이저 등으로 단 한 번에 뚫어 전자 이동 통로 ‘홀’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전 세계에서 삼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6세대 제품은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 공정에 성공했다는 의미”라며 “속도, 생산성, 절전을 동시에 향상해 역대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6세대는 데이터 쓰기시간 450μs(1μs는 백만분의 1초) 이하, 읽기응답 대기시간 45μs 이하로 역대 최고속도를 달성했고, 전 세대 보다 성능은 10% 향상하면서 동작 전압은 15% 이상 줄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을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 글로벌 모바일 낸드 시장 선점에 선봉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기업용 서버 고용량화를 주도하는 건 물론 자동차 시장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낸드 시장 점유율은 29.9%(1분기 기준)로 1위다. D램은 42.7%로 27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12기가바이트(GB) LPDDR5 모바일 D램’ 세계 최초 양산에도 성공하면서 누가 세계 1위 기업인지를 다시 한 번 시장에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초격차가 유지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계속된 성과물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 관리 존재감은 계속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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