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택시회사가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맺어 근로시간만 줄인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사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합의가 최저임금법이 추구하는 목적에 위배되면 위법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택시기사 근로 환경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계약상 근로시간만 줄이는 꼼수에 제동을 건 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른 후속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택시기사 강모씨 등 4명이 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강씨 등이 속한 운수회사는 기본급에 해당하는 ‘고정급’과 운행 실적에 비례하는 ‘초과운송수입’을 주는 방식의 정액사납금제로 임금을 지급했다. 택시기사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졌다.
그런데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은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사납금을 내고 남은 운송수입금은 제외했다. 택시기사 급여의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고정급을 최저임금액 수준으로 높이게 하려는 취지였다.
이 조항이 시행되자 최저임금법 위반을 우려한 택시회사들은 소정근로시간(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를 하기로 미리 정한 근로시간)을 줄이는 내용으로 노조와 임금협정을 맺었다. 서류상 근로시간을 줄이면 시간당 고정급이 높아며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 등이 속한 택시회사도 2011년과 2012년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을 7시간20분에서 4시간20분으로 크게 줄이는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강씨 등은 이러한 임금협정이 편법이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수당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회사와 강씨 등 근로자가 맺은 임금협정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2011년과 2012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부분은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판단하며 강씨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선 4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정된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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