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상담 출동비율 광주 12% vs 서울 0.3%
현장에선 “환자들 탓하는 정부-경찰-언론 문제”
“광주는 예산 충분… 치료체계 투자하니 스스로 와”
“안인득의 조현병 병력을 정부가 몰라서 진주참사가 일어났다고 보도됐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경찰이 대응을 안 한 겁니다. 광주에서는 경찰은 부르면 옵니다. 정신건강위기 상담 전화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 출동비율이 광주 12%, 서울 0.3%입니다. 법이 다릅니까. 아닙니다. 예산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김성완 광주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단장)
지난 4월 17일 발생한 안인득씨의 진주방화살인사건 이후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 예산투입 없이는 ‘눈가리고 아웅’식 대책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진주참사방지법’ 공청회에 참석한 김성완 단장은 현재 정신질환의 예방ㆍ치료체계를 규정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있지만, 재원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주참사 이전 범인인 안씨가 7, 8차례 이상징후를 보였고, 보고가 됐지만 경찰이 묵살한 점을 지적하면서 당시 경찰이 ‘안씨가 정신질환자인지 몰랐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투입해 경찰-정신센터-주민센터 등의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진주참사 이후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가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는 법이 입법됐고 현재도 정신질환자 관리를 명목으로 여러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입법에 따른 예산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신질환 예산이 많은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의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광주가 대표적이다. 광주의 1인당 정신보건예산은 2017년 기준 7,224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서울(4,075원)의 1.7배, 전국 평균(3,889원)의 1.8배, 전국 최저인 경남(2,557원)의 2.8배에 달한다. 그 결과 인구 10만명당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 수 역시 광주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59.1명). 전국 평균(42명) 서울(38.5명)을 크게 앞선다. 인구대비 정신위기상담전화 상담률 역시 광주(0.68%)가 대구(0.31%) 서울(0.28%) 대전(0.24%) 울산(0.17%) 등 다른 지역을 크게 앞선다.
단적으로 응급입원만 봐도 서울에선 경찰이 환자를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밤새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뺑뺑이’ 도는 일이 흔하지만 광주에선 그럴 일이 거의 없다. 정신센터의 예산 지원으로 최소 4개 병원이 밤마다 병상 2개를 비워두기 때문이다. 정신센터 야간 응급출동의 경찰 동반 비율은 96%에 달한다. 10, 20대 청년을 위한 정신센터를 따로 두고 정신질환의 조기예방에도 적극적이다. 인구 45만명인 북구에서만 매년 청소년 100명 이상이 새롭게 환자로 발굴되는데 이 중 40%는 자발적 등록이다. 김 단장은 “지역사회가 좋은 서비스를 갖추면 당사자들은 이용하려 한다”며 “투자를 끌어내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당국이 매년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라며 예산배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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