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원 정계 복귀 포석 의도도 비판 받아…나꼼수 시절 비키니 ‘코피’ 연상도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공개한 ‘일본가면 코피나(KOPINA)’ 티셔츠 사진이 한일 경제갈등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여권 정치인의 잇따른 헛발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게다가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의원이 반일 감정을 정계 복귀 명분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쏠리고 있다.
문제의 티셔츠는 정 전 의원이 한일 경제갈등 상황을 맞아 제작ㆍ판매하는 옷이다. 뒷면에 코피를 터뜨리는 정 전 의원 그림과 ‘일본가면 KOPINA(코피나)’ ‘go japan, your nose bleeding(일본에 가면 당신의 코에서 피가 난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달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들과 함께 이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2020년 올림픽도 참가하면 방사능 세슘 오염 때문에 코피나(KOPINA)고 암 걸린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라고 적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문제가 된 일본의 방사능 이슈를 엮은 셈이다. 정 전 의원은 “KOPINA 운동을 범 세계 운동으로 만들겠다”며 “싸움은 즐겁게 해야 이긴다”고 덧붙였다.
반향은 즉각적이었다. 정 전 의원의 SNS에는 “티셔츠를 구매하고 싶다” “좋은 전략이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이 있는 반면, “현 상황은 이렇게 희화화할 사안이 아니다” “너무 나간 것 같다”고 꼬집는 댓글이 이어졌다.
특히 ‘코피나’라는 문구가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떠올리게 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의 티셔츠 사진을 올리며 “한일 축구경기 응원전처럼 맞춘 티셔츠에 코피노를 연상시키는 작명까지. 가벼움이 무기가 되는 국면이 아닌데도 상황 파악도 못하고 눈치도 없는 자들”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또 ‘나는 꼼수다’ 시절 동료 출연자들이 비키니 수영복 사진에 대해 “가슴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라고 했다 질타를 받았던 ‘코피’ 표현을 또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성추행 의혹 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던 정 전 의원이 한일 갈등을 발판 삼아 정계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전 의원은 티셔츠 사진 게시에 앞서 “한일 전쟁이 시작된 마당에 뒷짐 지고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며 “진보든 보수든 일본의 경제침략 전쟁에 맞서야 할 것이다. 특히 진보의 책임은 무한할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를 보여야 할 때다. 한일 전쟁터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누리꾼이 “의원님 관련 이슈로 대일본과의 전쟁에서 진열이 흔들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정 전 의원은 “너무 우려가 많으시다. 임걱정이 온갖 나라 걱정한다고 ‘꺽정병’이라고 한다”고 받아쳤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 내역이 나오자, 정 전 의원은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런 행동에는 늘 찬반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 티셔츠를 두고)반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다수”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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