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대부분이 은행 예금처럼 원금이 보호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몰려 있는데다, 금융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수익률 반등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의 수익률이 전 부문에서 가장 높았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중간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6월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모두 1%대에 그쳤다. 우선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지난 6월 말 기준 최근 1년간(2018년 7월~2019년 6월) 수익률은 신한은행이 1.99%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하나은행(1.62%) 국민은행(1.38%) 기업은행(1.32%) 농협은행(1.30%) 우리은행(1.29%) 순이었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던 하나ㆍ국민ㆍ우리은행 모두 1%대 수익률로 올라선 게 그나마 눈에 띈다.
금융사의 운용성과에 따라 연금액수가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의 6월말 기준 수익률 역시 신한(1.83%) 국민(1.71%) 기업ㆍ하나(1.67%) 우리(1.59%) 농협(1.51%) 모두 1%대였다. 퇴직할 때 받을 연금액이 사전에 결정되는 ‘확정급여형(DB)’ 수익률도 신한(1.62%) 하나(1.56%) 국민(1.54%) 우리(1.50%) 농협(1.41%) 기업(1.27%)이 나란히 1%대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수익률 보다 일제히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2018년 7월~올 6월) 1년 만기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 기준)가 가장 낮았던 게 1.78%(지난해 8월)여서 이론적으로 은행 예금에만 투자했더라도 최소한 이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신한은행(DC, 개인IRP) 밖에 없었다. 농협은행의 DC형 ‘실적배당형상품(-0.49%)’ 등은 수익률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지난해 금융권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1.01%) 발표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수익률 제고 및 수수료 인하대책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지금 같은 운용 방식으로는 수익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연금 3개 유형(DC, DB, 개인형 IRP) 총 적립금 중 은행 예ㆍ적금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여전히 90% 안팎으로 높다.
퇴직연금 3개 유형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신한은행의 경우, 개인형 IRP 중 30% 비중을 차지하는 ‘실적배당형상품’ 수익률(3.63%)은 타 은행을 월등히 앞질렀지만, 나머지 70%는 원금보장형(수익률 1.35%)이라 합산 수익률이 2%를 넘지 못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 고객들에게 채권 위주의 안정적인 상품을 추천해도 설득이 쉽지 않다”며 “특히 기업이 운용 지시를 하는 DB형은 퇴직금 운용으로 손실이 나도 기업이 책임지고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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