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부 대책안 발표]
6개분야서 대외의존 큰 100대 품목 5년 안에 수입 다변화 등 공급 안정
R&D 지원ㆍ글로벌 기업 100개 육성… 日보복 피해 중기 세무조사 유예
“가마우지를 얼마든지 미래의 펠리컨으로 바꿀 수 있다.“(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일본의 노골적인 경제보복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와 부품 등의 기술 독립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 소재ㆍ부품ㆍ장비산업은 그 동안 자기가 잡은 고기를 먹지 못한 채 일본 배만 불리는 ‘가마우지’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앞으론 먹이를 부리주머니에 넣어와 자기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으로 바뀌어 국내 전후방 산업을 살찌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대 주요 품목의 공급 안정성을 수입국 다변화 등으로 5년 안에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대외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300곳의 기업도 육성하는 등 이번 위기를 제조업 혁신의 새로운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부 대책안을 내놨다. 전날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뒷받침하는 후속대책이다. 2001년 소재ㆍ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관련 제조업이 양적 성장에 치우치면서 소재와 부품, 장비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심화되는 등 구조적으로 취약해졌다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안이 총망라 됐다.
먼저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6개 분야에서 대외 의존도가 큰 100대 품목에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공급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마지노선은 5년으로 잡았고, 이 중 일본이 수출규제로 선공을 날린 포토레지스트 등 공급안정이 시급한 20개 품목은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분야는 관련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도록 2조5,000억원 이상의 M&A 금융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한다. 일단 100개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단계별로 필요한 R&D 등을 일괄 집중 지원하고 강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도 각각 100개씩을 육성하기로 했다.
더불어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예산 집행과 세정 지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지난 2일 확정된 추경예산 5조8,269억원 중 75%를 2개월 이내에 집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 단위 실적 점검을 통해 연말까지 추경 예산을 전액 집행한다는 목표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기술개발 추경 사업은 행정 절차를 간소화 하는 방식으로 조기 지원에 나선다. 소재부품기술개발에 배정된 650억원은 2개월 내 전액 집행,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 예산은 217억원 중 167억원을 조기 집행 하는 것이 목표다.
국세청은 피해 예상 중소기업에 예정된 세무조사 착수를 직권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사전 통지를 받은 납세자가 조사 연기를 신청하거나, 현재 진행중인 조사 중지를 신청할 경우에도 국세청이 받아들일 예정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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