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시행령 개정해 일거 폐지” vs 교육부 “단계적 폐지”
올해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 하나고 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8곳이 모두 살아남으면서 ‘생존한’ 자사고로 학생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사고 폐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가 법령을 개정해 일반고로 일거에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부는 단계적 폐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규모 재지정 평가가 예고된 내년까지 폐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입시업체들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생존한 학교의 경쟁률이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 3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가 자사고를 없앤다는 얘기가 많았고, 대학도 수시 중심으로 바뀌면서 굳이 자사고 갈 필요가 있겠냐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평가도 통과한데다 진학 실적까지 홍보가 됐다”며 “평가가 오히려 자사고의 ‘옥석’을 가려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입시업체에서는 전국단위 자사고의 인기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14곳이 평가를 통과했는데, 이 가운데 8곳이 전국단위 자사고다.
서울 지역으로 좁혀 보면, 학생과 학부모의 ‘강남 3구’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이모(46)씨는 “자사고라는 대안이 있으니까 강남으로 안 갔던 것”이라며 “숭문이니 중앙이니 신일이니 강북에 있는 자사고를 이번에 다 없애면 좋은 면학 분위기 찾아 강남으로 가란 얘기 밖에 더 되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서울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 8곳 중 서초구 소재 세화고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동대문구(경희고) 강동구(배재고) 강북구(신일고) 등 일명 교육특구로 불리지 않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없이 자사고 폐지 정책의 효과를 온전히 내려면, 자사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 3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폐지해 남은 자사고 쏠림 현상을 막자는 것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마다 공정성 시비 등 학교 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시도교육감들도 ‘교육청의 평가를 통한 폐지’에 회의적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가 법령 개정의 의지가 없다면 국민적 공론화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평가를 하면서 매번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시행령 개정해 일괄 폐지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이나 비슷하다고 본다”며 “교육부가 정무적으로 판단해 이번에는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한 폐지 방식을 지지했다.
반면 교육부는 단계적 폐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2일 “로드맵에 따라 내년까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하는 2단계”라며 “모든 자사고나 특목고를 일거에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적으로 자사고 12곳, 외고 30곳, 국제고 6곳, 총 48곳의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는 내년에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정부가 다 밀어붙여 없애기에는 정치적으로 역부족”이라며 “정부도 (모두 없애기에는)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중간단위 자사고 없애고, 외고를 축소하는 식의 단계적 폐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자사고 재지정 방식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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