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영향 더 검토해야”… 국토부 금주 시행 발표 연기 가능성 시사
강남 부동산을 겨냥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예상과 달리 꼬이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번 주 시행 예상과 달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속도조절’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당분간 일본과의 경제 분쟁에 집중하자는 이유인데, 총선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추진에 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국토위원회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5일 본보 통화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도 “분양가 상한제 공식 발표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언제 어떻게 시행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이번주 시행을 예고한 정책에 당 지도부가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출한 뒤 그 이하로만 분양하는 규제조치다. 지금은 공공택지에만 적용 중이지만 민간택지에도 적용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후 다시 과열조짐을 보이는 강남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일본과의 경제분쟁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데 일본 문제가 심각해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론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할말은 하겠다’는 당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국토부가 워낙 강경하게 밀어붙여 이번주 당정청 회의를 열어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하는 분위기였다”며 “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어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두고도 민주당에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영업자의 불만이 고조돼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정부의 대표 노동정책인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주 자립형사립고인 상산고 재지정 취소를 두고는 당 중진인 정세균 의원 등이 공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개혁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여론을 신경쓰는 당 사이에 긴장감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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