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결정에 따라 5일 주식ㆍ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의 대외 건전성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나 국가신용등급 등에도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대외 불확실성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어서 아직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은 지난 2일 기준 약 0.3%로 집계됐다. CDS 프리미엄이란 기업이나 국가의 파산 위험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율을 말하는데, 신용도가 높아 부도 가능성이 적을 수록 CDS 프리미엄이 낮아진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016년 말 0.443%에서 지난해 0.395%를 찍은 뒤 지속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은 주식이나 외환시장보다는 시차를 두고 지표가 움직이기 때문에 추세를 봐야겠지만, 이미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낮아져 있어 소폭 오른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신용등급도 아직 양호하다. 지난달 8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등급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5년부터 줄곧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A1’ 등급으로 한국보다 2단계가 낮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현재로선 ‘안정적’이다. 국가신용등급은 경제성장률과 재정건전성 등을 종합해 산정되는 만큼 단기간의 조정은 쉽지 않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파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생산이 지속 감소하고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강등될 여지는 있다.
외환보유액도 넉넉한 편이다. 지난달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031억달러로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4억달러 수준이었던 보유고는 20여년 만에 20배가까이 늘어났다.
5일 금융위원회는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일본 경제보복에 대비한 금융권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나섰다. 손 부위원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시장에 상당 부분 선 반영된 측면이 있고, 민관이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만큼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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