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월화드라마 처리를 두고 장고에 돌입했다. MBC는 잠정 중단을 선택했고, KBS와 SBS는 일정 기간 동안 방송을 쉴 예정이다. 낮은 시청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폐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편성에서 오랫동안 붙박이로 여겨지던 월화드라마 체계가 흔들리는 것 만으로도 지상파의 최근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2는 ‘너의 노래를 들려줘’가 종방하는 11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대신 이 시간대 한시적으로 새 프로그램이 편성될 예정이다. KBS 관계자는 “어수선한 연말연시에 집중력이 있고 많은 돈이 투입되는 콘텐츠를 하는 것에는 효율성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며 “이후에는 월화드라마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3사 모두 월화드라마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당장 MBC는 5일 첫 방송하는 ‘웰컴2라이프’ 이후 편성을 중단한 상태다.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가을쯤 전 부서 합동 논의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나, 사실상 폐지가 확정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SBS는 12일부터 두 달간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를 월화드라마 대신 편성한다. 최영인 SBS 예능부본부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상파 방송의 여러 시도 중 하나로 여름시즌에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라며 “드라마국과 예능국의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종방한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 모두 한 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2 ‘퍼퓸’은 지난달 23일 전국 가구 기준 5.9% 시청률로 막을 내렸으며 MBC ‘검법남녀 시즌2’는 지난달 29일 9.9%,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는 지난달 25일 4.6%로 종방했다. 주말에 비해 주초는 드라마 시청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MBC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월화드라마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면서도 “월요일과 화요일보다는 주말에 TV 시청자가 많은 것도 판단 근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월화드라마 폐지에는 지상파 3사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드라마가 여전히 방송사 콘텐츠의 핵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3사로 구성된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를 통합해 다음달 출범할 예정인 동영상스트리밍업체(OTT) 웨이브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KBS 관계자는 “OTT에서 드라마가 중요한 요소이기에, 월화드라마 (존폐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희주 푹(POOQ)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웨이브 콘텐츠 제작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월화드라마 관련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월화드라마에서 한 발을 뗄 수 있어도, 폐지 등 기존 드라마 편성을 벗어나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며 “콘텐츠의 힘이 중요해진 시대에 편성 요일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있고 드라마 수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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