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 7위안’ 심리적 지지선 돌파… 中은 “무역전쟁 탓” 느긋한 표정
11년 만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ㆍ환율 7위안대 돌파)’가 나타나 증시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의 표정은 예상보다 느긋하다.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상대로 뒤통수를 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 환율 상승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어 당국이 마냥 지켜볼지는 미지수다.
중국 인민은행은 5일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의 영향”이라며 미국 탓으로 돌렸다. 지난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합의를 깨고 3,000억달러(약 359조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내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무역전쟁이라는 구조적 요인과 함께 인민은행은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시장의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경제여건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홀로 버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8위안을 넘던 때도 있었다”며 “7이라는 숫자는 방파제가 아니라 댐의 수위처럼 오르내리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위용딩(余永定) 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도 “환율은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성에 차지 않은 미국의 금리 인하도 위안화 환율을 흔들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장의 신뢰에 타격을 입혔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의 향후 경제 하락 압력이 커져 위안화도 버티지 못하고 폭락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포치 카드를 꺼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시장 경쟁력은 높아져 미국의 고율관세에 따른 피해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환율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통에 중국은 달러당 7위안 이내로 환율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써왔지만, 무역협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어깃장으로 화를 돋운 만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달러당 7위안이 뚫린 것은 미국의 추가 관세 폭탄에 맞선 중국의 대응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서 “중국이 화폐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면서 “환율 조작”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위안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자본유출과 주식시장 폭락은 물론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발언권이 세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에 인민은행은 현 추세를 지켜보되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ㆍ균형적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할 경험과 자신감, 능력을 갖췄다”며 마냥 방관하지만은 않는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한편 5일 미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유 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중국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자 반격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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