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겨를]4000원짜리 전통 짜장이냐 3만3000원짜리 특제 짜장이냐… 가성비 vs 가심비, 당신의 선택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겨를]4000원짜리 전통 짜장이냐 3만3000원짜리 특제 짜장이냐… 가성비 vs 가심비,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19.08.07 04:40
수정
2019.08.07 07:51
14면
0 0

당신은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가 아니면 ‘심리적 만족감’에 더 끌리는가. 최근 소비 형태는 싼 가격에 효용가치가 뛰어난 제품을 구입하거나,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며 만족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백화점 명품관에 고객이 끊이질 않고, 1,000원짜리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인기 있는 이유다. ‘가성비’와 ‘가심비’는 전혀 다른 의미이지만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짜장면: 최고급 한우와 전복의 호텔식 VS 40년 역사의 중국 전통식

웨스틴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의 특제 짜장면. 윤태석 기자
웨스틴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의 특제 짜장면. 윤태석 기자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

지난 1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의 중식당 ‘홍연’을 찾았다. 이곳의 ‘특제 짜장면’은 3만3,000원.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국민음식’ 짜장면치고 꽤 비싼 편이지만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1주일에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 비싸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며 찾아오는 젊은이들도 요즘 늘었다”고 소개했다.

특제 짜장은 주문 후 3분 만에 내놓는 걸 원칙으로 한다. 이동일 주방장은 “볶은 양파의 숨이 죽지 않고 불 맛도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짜장면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가 양파인데 특제 짜장 한 그릇에 양파 세 개 반이 들어간다. 단맛 좋은 양파와 은은하게 볶아 낸 춘장, 신선한 해물이 입 안에서 어우러져 입이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홍연’에는 메뉴판에 없지만 수십 년간 꾸준히 팔리는 이른바 ‘OCI 짜장면’도 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창업주 고 이회림 회장이 1990년대 중순 호경전(홍연의 옛 이름)의 특제 짜장을 먹다가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소스는 조금 적게 넣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가격은 특제 짜장과 같다. 아는 사람들끼리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인천 중구 중국음식점 ‘신동양’의 4,000원짜리 일반 짜장면. 윤태석 기자
인천 중구 중국음식점 ‘신동양’의 4,000원짜리 일반 짜장면. 윤태석 기자

△인천 ‘신동양’

유명 중국음식점이 몰려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약 2㎞ 떨어진 곳. 식당 위치도 대로변이 아닌 골목 안쪽이지만 ‘짜장면 좀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 중구 신흥동에 있는 ‘신동양’은 가격 대비 ‘내공’이 좋다. 지난달 30일 이곳을 방문해 4,000원짜리 일반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착한 가격’에 비해 양은 다른 식당의 곱빼기 수준. 적당히 단 맛이 나는 양파에 고소한 춘장, 입에 착 감기는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었다.

유영성 사장은 1960년 가게 문을 연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얼마 전 정부 지정 ‘백년가게(30년 이상 가게 대상)’에도 선정됐다. 1978년 사업자등록을 낸 탓에 공식적으로는 41년 된 가게로 인정받았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식당의 음식 맛이 변하면 단골들이 가장 먼저 알아채는 법. 그러나 이 집은 한결같다는 평을 듣는다. 유 사장 어머니 때부터 단골과 그 자녀, 손주까지 ‘3대 손님’도 많다. 비결은 간단했다. 유 사장은 “재료를 덜 쓰고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양파 값이 3~4배 폭등했을 때도 짜장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양파 양은 똑같았다고 한다. “한 그릇을 먹더라도 배가 든든해야 그게 짜장면다운 거죠.” 유 사장이 예나 지금이나 이 가격을 유지하며 양도 안 줄이는 이유다.

◆커피: 카페라테 7,200원 VS 플랫화이트 2,500원

지난 5월 개점한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점에서 주문한 라떼(싱글오리진)와 드립커피. 강은영 기자
지난 5월 개점한 ‘블루보틀’ 1호점인 성수점에서 주문한 라떼(싱글오리진)와 드립커피. 강은영 기자

△블루보틀

지난 5월 국내에 상륙한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블루보틀’의 1호점인 성수점에서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영수증을 받아 드니 결제된 금액은 1만2,400원. 일반 라테(6,100원)에 ‘싱글 오리진(한 가지 원두만으로 맛을 낸 커피)’을 선택(추가 1,100원)한 가격이 7,200원이다. 따뜻한 드립커피(5,200원)를 한 잔 더 시켰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라테(톨사이즈)가 4,600원이니 제법 비싼 편이다. 하지만 블루보틀에는 더 비싼 커피도 있다. 지난달 개점한 서울 종로구 2호점인 삼청점에선 증기압을 이용해 추출한 ‘사이폰’ 커피를 1만1,500원에 판매 중이다.

커피의 산미(신맛)와 신선한 원두의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가심비’에 한 표를 줄 게 분명하다. 블루보틀은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주문이 들어온 음료도 한꺼번에 내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한 잔씩 만드는 걸 직접 볼 수 있다. 그러니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 분위기도 블루보틀만의 매력이 아닐까. 성수점은 지하에 자리 잡았지만 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공간 디자인 덕에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다. 지상 3층까지 공간을 넓힌 삼청동 2호점은 북촌의 한옥과 멀리 인왕산, 경복궁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서울 중구의 남산 밑에 자리 잡은 카페 ‘남산아래’ 강은영 기자
서울 중구의 남산 밑에 자리 잡은 카페 ‘남산아래’ 강은영 기자

△남산아래

2,500원짜리 ‘플랫화이트(에스프레소에 미세한 입자의 스팀 우유를 혼합한 커피)'를 본 적이 있는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선 보통 플랫화이트의 가격이 5,000원을 훌쩍 넘는다. 플랫화이트는 일반 라테에 비해 맛이 부드럽고 커피 향이 진한 게 특징이다. 라테가 심심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플랫화이트의 깊은 맛에 더 끌릴 것이다.

서울 중구 남산 밑에 자리 잡은 카페 ‘남산아래’에선 아메리카노를 2,000원, 라떼를 2,500원에 만날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가격표를 보고 놀라면 안 된다. 적힌 가격에서 1,000원씩을 깎아 준다. 다 이유가 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다. 대신 ‘테이크아웃’ 가격으로 할인해 준다.

그렇다고 커피 맛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커피전문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30대 동업 파트너인 최성용, 송호섭 사장은 브라질과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등에서 질 좋은 커피 원두를 공수한다. 이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남산아래’를 찾는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다른 카페 매장 등에 판매도 한다. 그래서 카페 안은 테이블보다 로스팅 기계가 한자리 크게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에 소개되거나, 입소문이 퍼지는 걸 경계한다고. 점심 장사가 주인데, 가뜩이나 줄 서서 기다리는 단골 손님들에게 미안해진단다.

◆돌잔치: 영빈관 가족사진 특별한 체험 VS 인심 좋은 프로방스 마을의 추억

서울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에서 돌잔치를 하는 고객들은 ‘영빈관’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신라호텔 제공
서울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에서 돌잔치를 하는 고객들은 ‘영빈관’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신라호텔 제공

△신라호텔 ‘팔선’

‘고객이 통화 중입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 주십시오.’ 지난 1일 오전 9시. 휴대폰 2대를 들고 동시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돌아온 통화연결음은 한결 같았다. 3분 동안 15통을 연이어 걸었지만 허사였다. 경험자들이 말한 대로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실감했다.

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은 첫 아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한 엄마들 사이에서 돌잔치를 하고 싶어 하는 장소로 꼽힌다. 신라호텔에선 가족끼리 소규모로 격조 있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샤론룸(최소 18명)과 셀비아∙수선룸(최소 13명)에서 돌잔치가 가능하다. 장점은 ‘돌상’을 외부에서 반입할 수 있고, 1967년 정부가 국가적인 손님들을 영접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인 '영빈관'에서의 사진촬영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예약이 쉽지 않다. 매달 1일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데, 행사 3개월 전에 신청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예약을 받기 때문에 가족들의 휴대폰 8대를 동시에 돌렸다”던 한 블로거의 사연에 공감이 갔다.

‘가심비’를 위한 가격은 어떨까. 모든 룸의 1인당 점심 비용은 14만원, 16만원, 18만원이며, 저녁은 19만원, 21만원, 23만원이다. 올해 2월부터 식대가 1만원씩 올랐다. 룸 대관료와 보증금액도 있다. 추가로 아이 동영상을 위한 TV는 20만원, 빔 프로젝트와 스크린은 각각 10만원씩 대여료를 받는다.

경기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 있는 레스토랑 ‘허브테라스’. 허브테라스 제공
경기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 있는 레스토랑 ‘허브테라스’. 허브테라스 제공

△허브테라스

“대관료나 보증금액, 동영상을 위한 스크린 등의 대여료는 일절 없습니다.” 경기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는 돌잔치를 위한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 지상 2층으로 구성된 ‘허브테라스’는 입소문을 타며 돌잔치 장소로 떠오른 곳이다.

일단 가격부터 따져 보자. 식대는 1인당 점심∙저녁 모두 3만원, 4만원, 5만원이다. 한식과 퓨전 음식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돌상과 포토테이블을 추가하면 20만원을 받는다. 여기까지다. 대관료나 보증금액, 빔 프로젝트 따위의 가격은 받지 않는다. 심지어 전문가 뺨치는 사장님의 동생이 사회까지 봐주고, 돌잡이용 물품까지 구비돼 있다. 이들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이곳의 가성비 '갑'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다. 프로방스 마을에서 20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한 경력 때문인지 식사 및 돌상이 남다르다. 더불어 통유리로 탁 트인 2층 공간은 엄지손가락을 세우게 만든다. 사방에 프로방스 마을 특유의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져 이국적인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예쁘게 마련된 이곳의 마당과 프로방스의 아늑한 길거리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진으로 추억을 담기에 충분하다. 돌잔치 예약은 적어도 두 달 전에 해야 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