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가 만든 소비 풍경


“회사에 오전 ‘반차’를 내고 김해에서 왔어요.”(7월 11일 부산 부산진구 ‘쉑이크쉑’ 1호점의 첫 고객 김소영씨)
“성수동 1호점 오픈 땐 4등이었는데, 삼청점은 꼭 1등으로 방문해보고 싶었어요.”(7월 5일 서울 종로구 ‘블루보틀’ 2호점의 첫 고객 강현우씨)
지난달 잇따라 부산과 서울에 매장을 연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쉐이크쉑’과 ‘블루보틀’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점 첫 날 문을 열기도 전에 400여명의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쉐이크쉑’은 지난달 11일 부산 1호점인 서면점을, ‘블루보틀’은 지난달 5일 1호점(성수점)에 이어 2호점인 삼청점을 내면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첫 고객들의 사연도 화제가 됐다. 부산에 처음 생긴 쉐이크쉑 매장을 찾은 김소영씨는 개장일인 7월11일 오전 5시부터 개점시간인 11시까지 6시간을 대기했고, 블루보틀 삼청점의 첫번째 고객 강현우씨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장장 13시간(개점시간 오전 10시) 줄을 섰다고 했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접한 쉐이크쉑 버거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며 부산 1호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강씨는 “성수점이 오픈할 때는 오전 5시부터 대기했지만 4등이어서 이번에는 더 일찍 왔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이유로 ‘가심비’를 언급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처음이라는 희소성에 호기심까지 더해진 소비 트렌드가 아닌가 싶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만족도를 표현하고 주변인들과 공유하는 일들이 밀레니얼 세대, 즉 젊은 소비자들에게 일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심우철(35ㆍ가명)씨도 가심비를 위해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와 한판 승부 중이다. 나이키는 인기 제품(한정판)에 한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구매권’을 응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출시된 ‘나이키 사카이 와플’(17만원대)의 경우 나이키 공식홈페이지에서 단 2시간만 구매 응모를 받았고,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 매장에선 1,000여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씨의 경우 온라인으로 구매권을 신청하기 위해 매일 나이키 홈페이지와 패션 관련 해외사이트, 패션 관련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이키의 인기 제품 출시 소식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심씨는 지난 6월 나이키와 패션브랜드 ‘언더커버’가 합작해 내놓은 운동화 ‘나이키 언더커버 데이브레이크’(18만원대)에 대한 구매권 신청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는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20년 전인 중학생 시절부터 나이키 신발을 사 모으기 시작한 그는 “공급은 한정돼 있고 수요는 많으니 나이키의 응모 방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 형식이어서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은희(40)씨는 가성비를 위해 매일 20~30분 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카페 ‘남산 아래’는 점심 시간 직후가 되면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몰려 줄을 서야 하지만 매일 들르는 단골집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단돈 2,000원에 즐길 수 있어서다. 산미가 풍부한 커피 맛이 자신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 주변에 카페만 열 군데가 넘지만 이 곳을 찾는 건 순전히 맛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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