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 유엔 전문가패널 미공개 중간보고서 입수해 보도
북한이 올해 들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 행위를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보도했다. 석 달 전까지 이어진 암호화폐 거래 웹사이트 겨냥 사이버공격으로 최근 4년간 최대 2조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는가 하면, 10만병 이상의 보드카 밀수입도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사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미공개 중간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이날 이같이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소 17개 국가의 금융기관 및 암호화폐 거래 웹사이트를 상대로 35차례의 사이버공격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패널은 “사이버공격의 상당수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 마련을 위해 조선인민국 정찰총국이 지시한 것”이라며 “이를 통한 불법 탈취 자금은 최대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사치품 밀수도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향하던 벨라루스산 보드카 10만 5,600병(4만 1,000달러 상당)이 유엔 회원국에 의해 적발, 압수 조치됐다”고 적었다. 앞서 영국 BBC방송은 지난 2월 말 “네덜란드 세관이 북한으로 밀수되려 하는 보드카 9만병을 적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작년 11월분 선적 자료에서 화물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국적 40대 남성은 패널 조사를 받으며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리씨의 부탁으로 레드와인 구입비용을 댔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 향하는 보드카인 줄은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또, 2월분 선적 자료에선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가 주소지인 ‘러시아 식재료 수입업체’가 화물 인수자로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사안은 북한과 관련이 없다. 북한이 최종 목적지라는 걸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보드카를 압수한) 국가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이밖에도 “북한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안 하고 있으나, 5월 이후의 미사일 발사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은 향상됐다” 등의 내용도 기재돼 있다. 올해 2월 이후의 반년 동안의 대북 제재 위반 의심 사안을 조사한 결과를 기록한 이번 보고서는 대북제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다음달 초 발표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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