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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의심해 부끄러웠다” 일본인의 여행 후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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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의심해 부끄러웠다” 일본인의 여행 후기 화제

입력
2019.08.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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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방한하는 일본인에게 좋은 감정 심어줘야”

한 일본인 여행객이 2일 한국을 여행한 뒤 남긴 글이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일본인 여행객이 2일 한국을 여행한 뒤 남긴 글이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간 일본인의 훈훈한 여행 후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일본인 여행객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금 한국을 여행하며 느낀 점’이라는 제목의 한국 여행 후기를 올렸다. 이 후기는 한국 누리꾼이 3일 밤 온라인 커뮤니티에 번역해 올리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여행했다는 일본인 여행객은 “친구들은 ‘이런 시국에 한국에 여행가는 게 괜찮겠느냐’고 걱정했고, 나 자신도 조금 걱정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일본인 여행객은 여행 첫날 있었던 일본 정부 반대 시위, 일본 제품 보이콧 현수막 등을 제외하면 평소의 한국과 다른 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신변의 위협 같은 건 없었고, 일본인이라고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없었다. 약간은 조급하고 허물이 없으면서 다정하고 따뜻한 평소의 한국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선수권대회가 열리던 대회장에서의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세토 다이야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옆에 있던 한국인 남성이 스마트폰 번역 앱에 뭔가를 입력하더니 웃는 얼굴로 내게 보여줬다”며 “번역된 일본어에는 ‘축하한다. 2관왕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잊었다. 험악한 한일 관계 속에서 바로 그 한국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다정한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놀라고 기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세토 선수가 ‘감사하다’고 한국어로 말하자 한국 관중들이 환호했다”며 “일본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야유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던 내겐 그것도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한 일본인 여행객이 2일 한국을 여행한 뒤 쓴 글과 함께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여행 인증 사진. 인터넷 캡처
한 일본인 여행객이 2일 한국을 여행한 뒤 쓴 글과 함께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여행 인증 사진. 인터넷 캡처

이번 한국 여행을 통해 그간 한국에 가졌던 편견에서 벗어났다고도 했다. 그는 “나 역시 TV나 인터넷의 정보에 휘둘리고 있는 한 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TV와 인터넷을 통해 갖고 있던 한국의 이미지와 실제로 찾아가서 느낀 한국의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며 “조금이라도 한국 사람들을 의심했던 게 부끄럽기까지 했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에 돌아온 지금, 이런 시기에 한국에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TV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가장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현지에 가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넘쳐나는 정보보다 광주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준 그 한국인의 웃는 얼굴을 믿고 싶다”며 “그 상냥한 웃는 얼굴에 거짓말 같은 건 없었을 거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을 번역해 게시판에 올린 누리꾼은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에게 잘해줘야 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최근 불매운동이 격화되면서 일본인 거절 사례까지 올라오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시국엔 방한하는 일본인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해당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번역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일본인이 놀러 오면 배척할게 아니라 더 잘해주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어***), “이럴 때일수록 일본인 손님에겐 더욱 친절하게 대해서 그 사람들이 돌아가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기는 길이다”(rad***), “한국에 온 일본인에게 이렇게 대하는 게 수준 높은 대응법이다”(d***)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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