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국제미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의 실행위원회(트리엔날레 실행위)가 ‘평화의 소녀상’ 등의 전시를 중단하자 한국 작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트리엔날레 실행위는 3일 일본 극우 세력의 협박을 이유로 특별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전체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특별기획전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사진을 출품한 안세홍 작가는 작품의 무단 반출을 박기 위해 전시장을 지키러 들어가겠다고 4일 페이스북에 밝혔다. 안 작가는 “천황, 아베, 위안부, 후쿠시마, 재일조선인 등 차별의 응어리가 저 벽 너머로 있다”며 “(그것은) 일본이 안고 있는, 풀어나가야 할, 또 금기시 되는 모든 것들”이라고 적었다. 또 그는 “이번 기회에 곪은 것들을 걷어내려 한다”며 “도쿄, 나고야 등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스텝들이 무단 작품반출을 막기 위해 전시장을 지키러 들어 간다”고 알렸다. 소녀상이 설치됐던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은 폐쇄돼 관람객들은 들어갈 수 없다.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들도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조치에 항의해 전시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듀 뉴스(Adieu News)’를 출품한 임민욱 작가와 ‘소년병(Child Soldier)’를 출품한 박찬경 작가는 담당 큐레이터와 예술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작품도 철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작가는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들 작가는 트리엔날레 측과 협의를 거쳐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개별 전시관을 닫고 작품을 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소녀상 지키기’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안 작가는 페이스북에 ‘작품 철거 중단'을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 페이지(https://hoy.kr/kMcnq)’ 주소를 올려 동참을 촉구했다. 페이지에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