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ㆍ임재훈ㆍ추혜선, 5선 심재철에 도전장
지역구 확정 비례 의원들, 중진 상대 경쟁 본격화
정치권에서 요즘 자주 회자되는 지역구 중 하나가 ‘경기 안양시동안구을’이다.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16대 총선부터 내리 5차례 당선된 이 곳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임재훈 바른미래당·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나란히 출사표를 냈다. 모두 20대 국회 비례대표로 입성한 정치신인으로, ‘터줏대감’ 심 의원에게 도전해 지역에 상주하며 표심을 다져가고 있다. “입에 단내를 머금고 살 지경이다”(임 의원), “운동화에 구멍이 날 정도로 다닌다”(추 의원)고 얘기할 정도다. 만약 심 의원과 세 도전자가 각 당 공천 경쟁을 통과하면, 사상 처음으로 현역의원 4명이 맞붙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지게 된다.
차기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선에 도전할 비례대표들의 지역구 선택 윤곽이 속속 잡혀가고 있다. 4일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20대 비례대표 54명 가운데 25명가량이 출마지를 정하고 물밑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유민봉·이종명·조훈현 한국당 의원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나머지 10여명은 관심 지역내 유불리를 따지며 중앙당의 결정을 탐색 중이다.
일찌감치 지역구를 확정한 의원 중 상당수는 상대당 중진 의원의 대항마를 자처해 눈길을 끈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경기 화성시갑)과 한선교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경기 용인병)에서 각각 뛰고 있는 송옥주·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7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특별자치시에 출마할 예정이고, 20대 국회 최연소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충북 청주시청원구에서 4선 변재일 민주당 의원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벼르고 있다. 한국당 원내대변인인 김현아 의원의 경우 아직 출마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경기 고양정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대교체’를 외치며 같은 당 중진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이들도 있다. 6선 이석현 민주당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에게 도전하는 권미혁 의원, 3선 김재원 한국당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둥지를 튼 임이자 의원 등이다. 강효상·김규환 한국당 의원은 한때 같은 당에서 활동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중진과의 정면대결을 택하는 비례대표들이 많은 건 ‘초선’ 이력을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서다. 한 지역에서 3선을 하면 10년이 넘은 의원에게 지역민들의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다. 참신함을 앞세워 다선 후보의 피로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 또 중진을 꺾으면 정치적 위상도 높게 뛴다.
하지만 비례대표가 지역에서 살아남기란 바늘구멍 실 꿰기에 비할 만큼 쉽지 않다.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지역구 재선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각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배지를 단만큼 지역기반이 부실한데, 그렇다고 지역활동에 몰두하면 “의정활동이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비례대표 당선으로 당의 혜택을 입었다는 점에서 원하는 지역 공천 받기도 쉽지 않다.
19대 비례대표 출신으로 20대 총선 대구 북구을에서 당선된 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지역현안을 손바닥 위에 다 올려놓을 수 있을 때까지 골목골목을 다니며 지역민을 많이 만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비례대표가 지역까지 챙기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한 번만 쓰이고 끝나지 않으려면 공천심사 시 정책활동 내용에 가산점을 주는 당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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