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주인공을 보고 느꼈던 감동에 무작정 시작한 도전이었단다. 불과 몇 개월 후 평범했던 대학생 도은비는 ‘배우 도은비’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달 JTBC ‘보좌관’으로 시청자들에게 첫 눈도장을 찍은 도은비는 아직 모든 것이 신기한 데뷔 두 달 차 신인 배우다. 첫 데뷔작부터 이정재, 신민아, 김갑수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당차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한 그녀는 밝은 에너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에 도전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처음 본 오디션에서 합격을 해서 들어온 회사가 지금의 소속사에요. 사실 소속사를 찾고 나서도 불안함은 있었죠. 소속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품을 찾는 건 제 몫인데, 오디션에서 제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다행히 ‘보좌관’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 주신 덕분에 캐스팅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그런데 막상 출연이 확정되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들더라고요. 이정재 선배님의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신데, 혹시나 제가 폐를 끼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요. 제가 연기를 잘 못하면 선배님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것 같고, 겁이 났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제 걱정을 덜어주신 건 선배님들이셨어요. 좋은 말씀, 조언들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제가 맡았던 다정이 캐릭터가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죠. 덕분에 큰 걱정 없이 첫 작품을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연기, 첫 작품. 자신의 연기 점수로 “10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다는 도은비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점수가 너무 짰나요? 원래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라.(웃음) 매 회 만족스러운 연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연기를 여태까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제 스스로가 아직 많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하고, 그러면서 점차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정이는 아마 제 인생에서 절대 잊혀 지지 않을 이름일 것 같아요. 처음이 갖는 의미가 있잖아요. 아마 앞으로 수많은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으신다면 늘 이번 작품과 노다정이라는 이름을 말씀 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극 중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던 저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 셈”이라며 선배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데뷔작이었던 탓에 처음엔 정말 외로운,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선배님들께서 먼저 저에게 말도 걸어주시고 편안하게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던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모든 선배님들과 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죠. 첫 대본 리딩 당시 선배님들을 뵀을 땐 정말 긴장했었거든요. ‘내가 저 분들과 같은 작품을 하는구나’ 싶고. 이정재 선배님은 TV나 영화에서 보던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니 실감이 나질 않았죠. 깁갑수 선배님의 실감나는 연기도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목소리만으로 듣는 연기인데도 너무 실감나서 신기했었거든요.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꿈은 아닐텐데 꿈 같은 자리다’ 싶었어요. 아, 신민아 선배님과 이엘리야 선배님도 빼놓을 수 없어요. 두 분께서 리딩 당시 제 맞은편에 앉으셨는데 그야말로 ‘천상계’ 같았거든요. 저는 그냥 인간계고요.(웃음) 신이 정말 불공평하게 빚어 놓으셨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우시고, 매력적이신데 연기까지 너무 잘하셔서 넋을 놓고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데뷔작인 ‘보좌관’은 오는 11월 시즌2 방송을 앞두고 있다. 도은비 역시 시즌2에도 출연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시즌1에서는 노다정이라는 친구가 ‘칼퇴 다정’으로 사랑받았었어요. 시즌2 때는 다정이의 수식어가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웃음) 희망하는 수식어를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뭐가 됐든 관심이라 생각하고 감사할 것 같아요.”
성공적으로 첫 관문을 넘어선 도은비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먼 미래의 큰 포부보다 눈앞의 목표들부터 하나씩 충실하게 해내겠다는 도은비의 야무진 각오에 기대를 걸어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배우라는 존재는 ‘넘사벽’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비주얼도 뛰어나고, 연기도 너무 잘하고. 그런데 저 같은 사람도 배우가 됐잖아요.(웃음) 저는 저만의 매력으로 시청자 분들에게 편안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저를 보셨을 때 편안 동생, 언니, 누나처럼 대할 수 있는 배우요. 그러기 위해서는 뭐든 가리지 않고 지금 저에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올해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게 목표에요. 신인상이요? 물론 모든 신인 분들의 목표겠지만, 큰 목표보다 지금 제 눈앞에 놓인 목표들을 충실히 해내는 게 신인의 자세가 아닐까요.(웃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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