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KBO리그 막내 구단 KT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창단 첫 후반리그 5위에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을야구를 꿈꾸게 된 KT의 분전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강백호 대체 선수’ 조용호(30)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KT는 지난 6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핵심 선수 강백호(20)가 수비 중 손바닥을 다쳐 수술대에 오르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강백호의 이탈에도 KT타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조용호가 강백호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기 때문이다. 조용호는 4일 본보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최근 팬들의 많은 응원으로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조용호는 4일 현재 54게임에서 타율 0.326으로, 강백호(0.339)에 이어 로하스(0.326)와 함께 팀 내 공동 2위다. 득점권 타율도 0.333으로 3번 타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2017년 SK에 ‘늦깎이 지명’으로 입단한 이후 최고 성적이다. 특히 병살타가 하나도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조용호는 “앞선 (오)태곤이나 (김)민혁이 1루에 출루하면 움직임이 좋다.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다만 장타율이 0.390으로, 강백호(0.490) 로하스(0.520) 등 팀내 중심 타자에 비해 다소 낮다. 아직 시즌 마수걸이 홈런 손맛을 못 봤다. 조용호는 “연습 때도 못 치는 홈런, 전혀 관심 없다”며 웃었다. 그는 “최대한 배트 중심에 맞춰 내야만 뚫어내자는 생각으로 타격한다”면서 “(장타) 욕심을 내는 순간 지금까지 하던 것도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조용호의 야구인생은 파란만장하다. 단국대 재학 시절 부상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다. 이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있다가 공익근무 요원으로 근무하며 사실상 프로선수의 꿈을 접었다. 돈벌이를 위해 우유배달, 신문배달에 피자집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의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 은사인 김유진 코치의 도움으로 다시 배트를 잡았다. 2014년 당시 SK육성총괄이던 김용희 전 감독의 눈에 들어 육성 선수로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7년 처음 1군 무대에 올라 69게임(타율 0.272)을 뛰며 괜찮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 극심한 부진(0.077)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그렇게 1군 무대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늦깎이로 시작한데다 한번 부진을 겪었던 선수가 다시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용호는 “지난해 8월 처음 1군에 불려가 경기를 치르는데 공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1년을 의미 없이 보낸 게 무지 후회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KT로 이적하면서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았다. SK 시절에도 유독 수원구장(KT 연고지)에서 타율이 높았던 점도 희망적이었다고 한다. 2017년 수원구장에서 치른 6경기에서 타율 0.400을 기록하며 10개 구장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올해(0.306)도 수원구장과의 궁합이 좋다. 조용호는 “타격에서든 수비에서든 이상하게 수원구장에선 공이 잘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곧 강백호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백호는 3일 부상 이후 처음으로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강백호가 돌아오면 조용호는 주전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조용호는 그러나 “별로 걱정 안 한다. 주전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난 원래 주전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웃었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며, 두 번째로는 그 무대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SK 시절이던 2017년 가을야구를 맛본 적은 있다. 당시 SK는 NC와 와일드카드전에서 5-10으로 대패하면서 가을야구를 허무하게 접었다. 조용호는 승부추가 기운 9회초 대타로 나섰는데 6구 만에 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조용호는 “주전들의 합류와 함께 5할 승률을 회복해 가을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을야구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KT는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을 상대로 5-3으로 승리, 이날 KIA에 패한 NC를 승차 없는 6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도약했다. KT가 후반기에 리그 순위 5위에 오른 것은 2013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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