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 규모 20조원 육박… 전체 대일 수입액의 30% 차지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전체 수입액 가운데 3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이른바 ‘캐치올(Catch-all)’ 규제를 명분으로 잠재적인 수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6,200여 품목 가운데 78% 가량인 4,900여개가 지난해 실제 수입된 실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입 전 일본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1,194개 물자에 대해 수출 통제가 예상되는데, 이 중 74개는 전략물자가 아닌데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캐치올 규제 대상이라고 봤다.
그런데 캐치올 규제 범위는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를 더 넓힐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타격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일본의 수출관리 규제는 수출 대상이 무기,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높다고 판단되는 품목으로 경제산업성의 수출 허가가 필요한 품목을 나열해 놓은 ‘리스트 규제’와 리스트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부분의 상품을 대상으로 한 캐치올 규제로 나뉘어진다. 캐치올 규제는 미리 정해놓은 목록에는 없는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전략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수출을 규제하는 제도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 분석 결과, 잠재적인 캐치올 규제 대상 품목 6,275개 중 지난해 실제 수입실적이 있는 품목은 4,898개(약 78%)에 달했다. 이 중 일본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707개, 수입액 166억3,600만달러(약 19조9,175억원)로 전체 대일 수입액(46억500만달러ㆍ약 65조5,533억원)의 30.5%에 달했다. 대일의존도가 100%인 품목도 82개(수입액 2억2,800만달러ㆍ2,737억원)로 0.4%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은 현재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캐치올 규제도 면제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만큼, 향후 모든 품목으로 수출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생긴 것이다.
김규판 KIEP 선진경제실장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 규정이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수출규제 품목은 군사 전용이 가능한 첨단소재, 화학약품과 전자부품 등이 유력하지만 일부 공작기계까지 포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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