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월 대비 4조원 넘게 증가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 관련 잔금대출 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591조8,182억원으로 6월 말 잔액(587조2,531억원)보다 4조5,651억원 증가했다. 이들 5개 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4조161억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6월(3조281억원)과 7월(3조3,423억원) 연이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자금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신규 아파트 입주 관련 잔금대출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5월 2만4,000호에서 6월 4만5,000호로 급등한 데 이어 7월에도 3만2,000호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추이는 은행별로 엇갈린다. 국민은행은 7월 주택담보대출이 전달 대비 3,226억원 줄어 석달째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395억원 줄어 올해 들어 처음 감소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예대율을 보면 국민은행이 97.7%로, 하나은행(97.3%), 신한은행(97.0%), 우리은행(96.9%)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내년부터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두는 신 예대율이 시행되면 가계대출이 많을수록 예대율이 현재보다 더 오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월 106조3,281억원에서 7월 105조4,858억원으로 3개월 사이 8,423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대출금리 관련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고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7월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의 이런 행보로 나머지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많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이 1조4,798억원, 농협은행이 1조3,300억원, 하나은행이 9,946억원을 각각 늘렸다. 특히 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2조9,005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가장 적지만 신한은행(73조8,319억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에도 입주 물량이 적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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