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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우울증 악화… 목숨 끊은 경찰관 순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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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우울증 악화… 목숨 끊은 경찰관 순직 인정

입력
2019.08.04 11:41
수정
2019.08.04 18: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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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前 발병 불구 업무 관련성 뚜렷” 유족급여 신청 원고 승소 판결

법원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래 전 발생한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라도, 공무상 스트레스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순직(업무 도중 사망하는 것)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 A씨의 배우자가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해 달라”며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8년 경찰관에 임용된 A씨는 2017년 1월 한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후, 그 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A씨 배우자는 “평소 우울증이 있었고, 특히 2017년 4월부터 악성 민원, 소송, 업무실적에 대한 압박 등에 시달리며 우울증이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이 직무수행이 아닌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고 판단해, 순직 유족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사건은 결국 법원으로 넘어왔고, 이번에 재판부는 A씨 우울증의 발병 및 악화가 공무상 스트레스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원고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2017년 사건 피의자 혹은 피해자 가족 등으로부터 여러 가지 민원을 받고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며 “A씨가 처음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은 1999년이지만, 2017년 22회 통원 치료와 46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는 등 기존 진료 양상과 확연히 다른 치료 경과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업무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팀원들에게는 실적을 올리라고 질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민원과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자신 때문에 팀원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무 관련 스트레스 외에는 우울증이 악화되고 자살에 이르게 된 뚜렷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울증과 사망의 주된 원인은 공무수행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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