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된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르노 트위지’는 출시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그리고 개성이 돋보이는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도직입적으로 트위지는 혁혁한 판매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트위지에 주목했고, 국내 및 중국 등에서도 트위지를 닮은 초소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존재가 됐다.
특히 초소형 전기차로 기대 이상의 가속 성능이나 주행 성능 부분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220V 콘센트를 통해 손쉽게 충전할 수 있으며, 작은 체격 덕에 주차에 대한 부담도 적은 것이 트위지의 큰 강점이다.
그렇다면 트위지로 서킷을 달려보면 어떨까?
잠깐, 거기서 서킷이 왜 나와?
르노 트위지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단연 르노의 모터스포츠 및 고성능 모델 사업부인 ‘R.S.’가 개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실제 르노 또한 이 부분을 강조하며 트위지의 주행 성능이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부터 트위지로 서킷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만 트위지가 고속도로 및 고속화도로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달릴 수 있는 서킷’을 가기에 참으로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르노의 경상용(LCV), 마스터 밴(L)이 국내에 데뷔한 것이다. 그리고 르노 측에서도 트위지를 적재할 수 있도록 튜닝을 한 마스터 밴을 마련해 시승 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던 것이다.
이에 트위지를 적재한, 마스터를 이끌고 인제스피디움을 향해 달렸다.
인제스피디움의 배려
트위지 주행의 무대인 인제스피디움은 사실 꽤나 까다롭고 어려운 서킷이다. 3.908km의 거리는 물론이고 급격한 고저 차, 그리고 연이은 코너로 인해 드라이버의 기량은 물론이고 자동차의 완성도 또한 ‘차이의 근거’가 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번 트위지의 주행은 인제스피디움 측에서 배려를 해준 덕분에 별도의 주행 세션을 확보해 홀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트위지의 최고 속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 다른 주행 차량과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인제스피디움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마주한 현실
국내에 출시된 르노 트위지는 르노에서 제작, 판매 중인 트위지 중에서 가장 고성능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사양이다. 유럽 기준으로 본다면 최고 속도가 80km/h까지 확보된 ‘트위지 80’이다. 12.6kW급 전기 모터를 통해 17.1마력과 5.8kg.m의 토크를 내고, 1회 충전 시에 약 55km를 달릴 수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인제스피디움을 달렸던 차량 중에서 가장 낮은 출력이다. 그렇기에 인제스피디움의 오르막 구간이 그렇게 길어 보였다. 아무래도 성능 자체가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해해야 할 부분이었다.
아무리 R.S.가 다듬었다고 하더라도 1마력 당 27kg가 넘는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그 움직임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 생각됐다. 참고로 이러한 무게 때문인지 오르막 구간에서는 가속력은 물론이고 최고 속도에 이르지 못하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향과 시작된 R.S.의 존재감
평소 도심에서 마주했던, 부족함이 없던 가속 성능이 인제스피디움의 오르막 구간에서 무너지는 걸 확인한 이후 체념한 듯 다음 코너를 준비했고, 제동 없이 스티어링 휠 조작만으로 코너 안쪽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트위지의 존재감이 번뜩였다. 파워 스티어링이 없는 만큼 조향에 대한 질감이 명확했고, 차체의 특성 상 연석을 폭 넓게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노면에서 타이어, 차체를 타고 올라오는 그 피드백 또한 무척이나 명료하고 직관적이었다.
이러한 느낌이 더해지니 드라이빙에 대한 명료함과 재미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제스피디움에서 마주하게 된 연이은 코너에 따라 빠르게 조향을 하면 그에 맞춰 착실히 움직이는 트위지의 움직임이었다.
특히 내리막 구간에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너를 지날 때에는 차량의 최고 속도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조향에 따라 견실하게 노면을 움켜쥔 네 바퀴가 돋보였다. 네 바퀴 모두 독립된 서스펜션을 갖추고, 또 그에 대한 셋업이 R.S.에서 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트위지의 형태를 떠올려 보면 더욱 놀라운 것이다. 트위지는 상대적으로 전장과 전폭에 비해 전고가 상당히 높은 편(2,338 x 1,237 x 1,454 / mm)이라 무게 중심을 낮게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한 것 같아 더욱 놀라웠다.
서킷에서 드러난 제동력의 아쉬움
트위지와 함께 서킷을 달리던 중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다. 바로 제동에 있었다. 평탄한 구간이나 오르막 구간에서는 크게 문제된 것은 아니지만, 내리막 구간에서 제동을 할 때에는 살짝 위화감이 들 정도로 제동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번에 주행을 하게 된 트위지가 상당한 시간 동안 미디어 및 브랜드 내부 행사 등에 사용된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를 거친 트위지였다면 조금 더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제동력을 과시했을 것 같았다.
서킷 주행 이후의 가벼운 발걸음
인제스피디움 위에서 많은 시간 동안 달리며 트위지의 배터리 상당부분을 사용했다.
인제스피디움 내의 피트에 있는 콘센트에서 충전을 할까 싶었지만, 따로 충전을 하지 않고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에 트위지는 단 1%의 전력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또 충전 자체도 손쉽기 때문이다.
좋은점: 코너에서 드러나는 R.S.의 즐거움, 그리고 손쉬운 충전
아쉬운점: 오르막 구간에서 드러나는 아쉬운 출력
즐거움이 돋보이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인제스피디움에서 주행을 하고 난 후 피트로 복귀하니 스포츠 주행을 위해 서킷을 찾은 이들이 인사를 하며 트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들 트위지 자체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서킷에서 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눈치다.
르노 트위지는 인제스피디움에서 트위지의 출력이 드러내는 현실적인 아쉬움을 보였지만, R.S.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 셈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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