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ㆍ메콩 회담 마치고… 강경화 외교장관 3일 한국행
일본 상대 여론전 승리했다지만 해법 모색 부담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일정을 마치고 3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31일 방콕에 도착한 강 장관은 라오스, 미얀마, 유럽연합(EU), 브루나이, 일본, 중국, 캐나다, 태국 등과 양자회담을 하고, 한ㆍ아세안, 아세안+3(한ㆍ중ㆍ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한ㆍ메콩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했다.
“일본 경제보복 부당” 알리는 덴 성공
한국의 주요 관심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한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알리는 데 있었다. 강 장관은 출국 전부터 “(일본의) 규제 조치가 부당함을 분명히 지적하고 이러한 조치가 중단돼야 한다고, 일본에 대해선 물론 ARF에 참석하는 여러 외교장관들,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일(對日) 여론전을 예고했다.
강 장관은 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우리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고노 장관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조치는 경제산업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를 회피하며 “한국은 강제징용과 관련한 부당한 대법원 판결이나 해결하라”고 맞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후 아세안+3 회의에서 고노 장관과 다시 만난 강 장관은,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일본 결정은 자유무역이라는 근본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취지로 모두발언을 했다. 모두발언을 위해 준비해온 A4용지엔 검은색, 파란색 펜 자국이 빼곡했다. 강 장관을 비롯, 외교부가 아세안 관련 회의를 국제사회 여론을 주도할 중대한 계기로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판승’을 거뒀다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외교부가 안고 돌아가는 부담은 훨씬 커졌다”는 심경도 토로했다.
작년과 달리 조용했던 북한
한일 갈등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한국과 달리 북한 대표단의 모습은 부각되지 않았다. 리용호 외무상 대신 참석한 김제봉 주태국 대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나 미사일 발사 등 현안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리용호 외무상은 왜 불참했느냐’는 등 쏟아지는 취재진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없이 조용했던 북한 대표단 행보는 지난해 ARF와 확연하게 비교됐다. 지난해 북미 1차 정상회담 이후 ARF에 참석한 리용호 외무상은 11개 국가ㆍ기구와 회담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올랐고,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핵심 인사가 ARF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자연히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협상 개최에 대한 기대감도 물거품이 됐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체제상 여러 개의 이슈를 저글링(동시에 다루기)하면서 갈 수 있는 체제가 아닌 듯 하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는 못했으나 한미는 북한 문제 해법을 두고 심도 깊게 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방콕 현지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수 차례 만났고, 러시아ㆍ일본 북핵 수석대표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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