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대변인 담화… “탄도 발사 자체 문제시는 자위권 포기 강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자기들의 최근 발사체 시험과 관련한 비공개 회의를 연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왜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남측의 첨단 무기 도입에는 별말 하지 않으면서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신들의 무기 개발에만 시비를 거느냐는 것이다. 사거리와 무관한 탄도 발사체 시험 자체를 문제 삼는 건 국가 자주권 포기 강요나 마찬가지라는 게 북한 주장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일 발표한 담화에서 전날 안보리가 “우리의 무장 현대화 조치들을 그 무슨 ‘결의 위반’으로 걸고 드는 비공개 회의라는 것을 벌려놓았다”며 “당사국이 인정도 하지 않는 이런 ‘결의’를 조작해내고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를 감히 탁 위에 올려놓고 이러쿵저러쿵 입방아질을 해대는 것 자체가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무시이며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그 어떤 발사체든 지구 중력에 의해 직선이 아니라 탄도 곡선을 그리는 것은 지극히 자명한 이치”라며 “(안보리가) 발사체의 사거리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탄도 기술을 이용한 발사 그 자체를 문제시하려 접어드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우리는 그 어떤 나라와도 미사일을 비롯한 발사체들의 사거리를 제한할 데 대한 합의를 맺은 것도 없으며 이와 관련한 국제법에도 구속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우리가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것은 대화 상대방에 대한 선의이고 배려이지 생억지에 불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결의’들을 인정하고 준수하려는 행동의 일환은 결코 아니다”라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 부응해 우리는 이미 20개월 이상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중지하는 최대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이후 이어오고 있는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이 선의에 의한 자발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전쟁 연습과 첨단 공격 무기 증강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우리의 상용 무기 개발 조치들에 대해서만 무턱대고 시비하면서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며 “유엔에 대한 우리의 인내심은 소진하고 있으며 분노로 화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를 주도하고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의 결의 위반을 규탄한 영국ㆍ프랑스ㆍ독일에 대해서는 “국가의 자주권과 자위권을 농락하려 드는 데 대해서는 그가 누구이든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똑똑히 계산해둘 것”이라며 “푼수 없는 언동은 조선반도 정세 긴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정촉매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안보리는 1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비공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비상임이사국인 독일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북미가 지난해 대화 국면에 진입한 뒤 북한 미사일 대응 논의는 처음이다. 이날 회의 종료 후 유엔 주재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대사는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와 대미 협상 재개, 충실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대북 3국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적극 호응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 위반일 수는 있지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시험한 발사체가 신형 방사포(다연장 로켓)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군의 분석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