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의 한 아파트단지에 행복주택 입주예정자를 ‘난민’ 취급해 논란(본보 6월 24일자 13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성남에서는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배포돼 성남시가 이를 전량 수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은 행복주택 입주예정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가 하면 우선순위 대상자인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을 폄하하고 있어 인권침해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9~39세 청년은 부랑아보호시설 퇴소자(?)
3일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성남동 2811번지 일원에 ‘성남1공영주차장 임대주택 결사반대, 성남동 재개발추진 위원 일동’ 명의의 전단지 20여 장이 아파트 입구와 공사장 펜스 등에 부착됐는데 시에서 모두 제거해 갔다.
실제 시는 지난달 19일 해당 전단지를 불법 광고물로 간주해 주변 지역에 부착된 27장을 수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단지는 질문과 답(Q&A) 형태로 행복주택과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을 보면 ‘400세대 청년임대주택 누가 들어오나요?’라는 질문에 △19~39세 홀로 사는 청년 △주거지원시급가구 △아동복지시설 퇴소자 △한부모 가정 또는 장애인, 독거노인 등이라고 답하고 있다.
또 ‘19~39 청년은 누구냐’는 물음과 함께 △무주택자이며, 타 지역 출신이 다수 포함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 제한이 없고 신원 검증이 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로 적혀 있다.
특히 ‘아동복지시설 퇴소자는 누구인가요?’라는 물음에 소년법 제32조의 내용을 적은 후 ‘아동상담소, 부랑아보호시설 등에서 퇴소한 19~39세 청년들 외’라고 적었다.
이들은 전단지 마지막 부분에 ‘불특정 다수가 들어올 수 있는 성남동 공공임대주택은 주민의 안전과 치안이 불안합니다’라고도 했다.
결국 행복주택 입주예정자 대부분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속내는, 결국 자기 땅 수용(?)
이들은 전단지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대놓고 드러냈다. 행복주택만 지으면 범죄자들이 몰려오니 자신들의 땅과 함께 개발하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전단지를 통해 “초소형 임대주택(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성남에서 가장 낙후된 ‘영세 임대촌’이 될 것이며 여러분(성남동 3통·2통·4통) 집값은 현 시세보다 반값으로 떨어진다”며 “이번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성남동 3통·2통·4통을 공영으로 같이 개발할 때 성남에서 제일 살기 좋은 행복한 부자촌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동의서의 65%를 달성했는데 75%를 달성해야만 여러분의 꿈이 실현될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마시고 개발 동의서를 받는데 동참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한 주민은 “전단지 내용만 놓고 보면 정말 입주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오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땅을 수용하라는 것인데,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청년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을 이상한 사람처럼 표현하고 있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성남동 공공주택건설(행복주택) 사업은
성남동 공영주차장 공공주택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창릉과 부천시 대장 등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과 함께 발표한 중소규모 주택공급 지역 26곳 중 한 곳이다.
위치는 성남동 2811 번지 일원으로 2만861.1㎡ 규모로 45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공영주차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2022년 12월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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