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뒷이야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언급하며 “우리로서는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이슈로 확대될 듯한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외교부는 해석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 장관이 지소미아 문제를 언급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지소미아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운을 뗀 뒤, 미일 외교장관에게 협정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의 언급에 폼페이오 장관은 즉답이 없었다고 한다. 당국자는 “무언(無言)이라고 하면 상당히 엄중한 반응이라는 해석이 될까요”라며 미국이 상당히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초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엔 장관 3명 외 추가 배석자가 자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양국의 생각을 솔직하게 듣기 위해 미국이 ‘통역 없이 장관끼리만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했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말이다. 그러나 일본이 끝까지 이러한 형식을 반대해 결국 한미가 기대했던 3국 장관 간의 허심탄회한 논의는 불발됐다. 당국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전날까지) 미국이 (한일 사이에서) 아주 부산하게 움직였다”고 소개하며, 미국 중재 의지가 작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 역시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난 일본 각의(2일)가 열리기 전 고노 장관과 빈번하게 접촉해 일본 기류를 파악했다고 한다.
당국자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한일이 어렵게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외교적 협의 공간이 (한일 양국 모두에게) 좁아졌다”는 우려를 전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일본이 절차를 밟는 것을 계속 지켜보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결정을) 철회한다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대화 계기가 마련되는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