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철회 등 강경 요구에
나가미네 대사 “수용 못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일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대해 “일본의 조치는 우호협력 국가의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우리 국민은 (일본을) 더 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엄중 항의했다. 이에 나가미네 대사는 “일본의 조치를 통해 양국 간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다”고 답했다.
조 차관은 이날 나가미네 대사를 불러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과 지난달 단행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어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한일관계와 국제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해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도 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조치에 대한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금수조치가 아니다. 양국 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억지 주장을 내놓은 뒤 “수출관리를 잘 해나가면서 양국 경제 관계를 밀접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상황은 작년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일 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잘 대응해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 현 갈등이 벌어졌다고 주장, 한국에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에서 시위 및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발생하는 사실을 짚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조 차관은 이에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일관성 없는 설명을 하고 있다”며 “일본 조치가 보복적 성격이 아니고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했는데 안일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다시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 내 한국 국민들과 한국에서 일하는 일본 국민들의 안전을 상호 보장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 중 10분 동안의 대화 내용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외국과 갈등으로 인해 해당국의 서울 주재 대사를 초치하는 경우 비공개로 하거나 공개하더라도 착석 때까지 촬영만 허용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에서 이날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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