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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일본과 ‘수출 허가’ 힘겨루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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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일본과 ‘수출 허가’ 힘겨루기 전략

입력
2019.08.03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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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화이트리스트서 일본 제외 ‘맞대응’… “일본이 통관 지연 안 하면 우리도 안 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관련 정부입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관련 정부입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한일 무역전쟁의 확전을 우려해 맞대응을 자제해왔던 정부가 이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확대에 맞춰 대응 수위를 단계별로 높여 나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통해 일본 등 29개국을 사용자포괄수출허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로 지정, 포괄수출허가를 해주고 있다. 군사 전용이 우려되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차원에서 각 국가를 우방국가 그룹인 ‘가’ 지역과 나머지 국가 그룹인 ‘나’ 지역으로 분류한다. 가 그룹은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29개 국가로, 일본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이 포함돼 있다.

산업부는 이번에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가 지역과 나 지역 외 일본을 포함하는 '다' 지역을 신설해 별도로 적용할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은 현재 가 지역에 있지만, 다 지역을 신설해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가 그룹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 내 기업들이 일본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하거나 일본을 경유해 제3국으로 수출할 때마다 품목 건 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일본 기업들도 우리나라에서 물품을 수입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입장에서 4번째로 큰 수입국으로 일본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다. 일본의 한국 수입상품 순위를 보면 석유, 가스, 석탄 등 자원이 1∼3위를 차지하고, 휴대전화 및 무선기기, 전자기기, 자동데이터처리기기, 약제, 일용품, 자동차 등이 뒤를 잇는다. 한국은 전략물자 전체를 규제하기보다는 일본의 주요 수입 품목을 골라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는 전략물자 중 일본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100개 정도”라며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후 일본에 핵심적인 전략물자의 수출을 얼마나 제한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의 조심스러운 행보와는 정반대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 등을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국제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수출 맞대응 조치는 자제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이미 우리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같은 동일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상정해 검토했다”며 “하지만 한국의 조치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이 소재ㆍ부품ㆍ장비 등의 대일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그 상당 부분을 제3국에서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든 건 국제 여론전만으로는 일본 조치의 철회를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지만 향후 수출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더라도 통관 절차를 지연시키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한일 간 수 싸움에서 ‘장군 멍군’을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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