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아베가 일으킨 경제전쟁,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알림

[사설] 아베가 일으킨 경제전쟁,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입력
2019.08.03 04:40
23면
0 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일본 아베 정권이 결국 우리와의 경제전쟁을 선택했다. 일본은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본의 경제보복 대상은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1,120여개 품목으로 확대돼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경제보복전을 결정함에 따라 한일 관계는 회복 불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는 110년 전 한반도 강제병탄에 버금가는 침략과 다름없다. 한반도를 유린하고 한민족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긴 2차대전 전범국 일본이 임시정부 수립 100년, 3ᆞ1 독립운동 100년이 되는 해에 다시 우리를 상대로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총칼로 한민족을 짓밟은 대죄(大罪)에도 과거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 배상은커녕 세계 자유무역질서와 한국의 경제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 미래발전 동력의 싹을 자르려는 아베 정권의 비열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강제징용 판결 불만에 경제보복, 비열한 아베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경제ᆞ산업 분야의 비교 우위를 믿고 통상을 무기 삼아 한국의 항복을 요구하는 치졸한 행태는 경제대국 일본의 국격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행위다. 일본의 조치로 세계 분업체제를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자유무역질서의 근간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세계 경제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 몫이며, 일본 국민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베 정권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긴급 임시국무회의에서 규정한 대로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무모한 결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다. 미국의 중재 노력을 무시한 데서 더 나아가 관세인상, 송금규제, 비자발급 강화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한다니,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한다는 태도다. 아베 정권이 진정 한일 국민과 그 후손들이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공영의 길을 가기를 원한다면 경제보복을 모두 철회하고 양국 현안 논의를 위한 대화에 즉각 복귀해야 마땅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양국 현안 해결을 위한 외교적 대화 창구는 여전히 열려 있고 시간도 남아 있다.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외교적 대화를 통한 해결 입장을 견지해 왔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기업이 배상하는 ‘1+1’을 토대로 다양한 대안들을 협의할 수 있음을 밝혀왔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2차장이 이날 공개했듯이 이미 두 차례나 일본에 고위 인사를 보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본이 의견과 대안을 가지고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 순서다. 그것이 외교 원칙이자 국가 간 기본 예의 아닌가. 개정안이 시행되는 28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일본의 전향적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

 정부, 단호한 맞대응과 외교적 해결 병행해야 

일본이 경제전쟁을 선포한 만큼 우리 정부는 기왕의 외교적 해결 노력과 함께 맞대응 조치도 불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단호한 대응을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정확히 노린 것처럼, 일본에 대한 우리 대응도 일본의 급소를 노린 정밀 유도폭탄 같아야 한다. 일본이 안보상 이유를 수출규제의 배경으로 거론하는 만큼 우리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일 간 주고받는 군사정보의 질과 횟수 등을 면밀히 따져 필요하다면 과감히 연장 거부를 택하고, 그 불가피성을 미국 측에 적극 설파해야 한다.

맞대응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내 산업 피해 최소화다. 일본이 지난달 반도체 핵심 3개 소재 수출규제로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조인 점에 비춰 이번에도 일본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정보통신, 공작기계, 전기ㆍ수소차 등의 부품ㆍ소재를 중심으로 우리 산업에 대한 피해를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산업의 부품ᆞ소재ᆞ장치 수입선 다변화, 관련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기업 인수합병 등을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률적ᆞ행정적ᆞ제도적 규제는 일정 기간 과감히 폐지ᆞ완화하고 획기적인 세제ᆞ금융 지원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경제전쟁을 일으킨 아베의 일본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길은 원천기술 확보와 부품ᆞ소재ᆞ장치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것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광복 이후 65년간 안주해온 한일 분업체제에서 벗어나는 일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힘들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새로운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부품 소재 기술 개발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해 대일 의존도를 크게 줄임으로써 우리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 언젠가 넘어야 하고 넘을 수 있는 산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극일(克日)의 출발점이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지금의 도전을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으면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과 저력이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