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50%대로 낮아지며 7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전세금 부담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낮은 전세가율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욕구가 줄면서, 최근 다시 고개 들고 있는 서울의 집값 상승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세가율 4년 만에 18%p ↓
3일 부동산114 등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3.6%를 기록했다. 이는 7년 전인 2012년 말(52.61%)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세가율이 최고치를 찍었던 2015년 말(70.92%)과 2016년 말(69.05%)에 비하면 3~4년 사이 16~18%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이다. 전세가율은 2015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가율이 떨어진다는 건,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가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전세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매매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에도 집값 과열 분위기를 타고 매매가격은 오른 반면 전셋값은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로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54.46%까지 떨어졌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실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44.15%)와 서초구(45.47%) 송파구(46.63%) 강동구(50.28%) 등 ‘강남4구’와 마포구(58.28%) 용산구(47.35%) 성동구(57.27%) 등 소위 ‘마ㆍ용ㆍ성’ 지역처럼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던 곳의 전세가율은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 오름폭이 작았던 중랑구는 69.69%로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고 강북구(66.61%) 구로구(66.15%) 관악구(65.68%) 금천구(64.35%) 등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셋값은 주택 매매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가까워질수록 실수요자가 속속 ‘내 집 마련’에 뛰어들면서 아파트값 상승폭을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실수요가 풍부한 시장에 투자수요도 따라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높아지면 주택시장에 투자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2014~2016년 사이 전세가율이 60~70%까지 치솟으면서 갭투자(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주택 매매)가 늘고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면 수요자 입장에선 매매 전환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이 늘어 집을 사기보단 빌려서 살 가능성이 커진다.
◇다시 오르는 전세가격은 변수
서울 집값이 지난달 초부터 오르는 상황이지만 전세가율 수준이 낮아 집값이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올랐지만 상승폭은 2주 연속 0.02%를 유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율이 하락하면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갭투자도 어렵게 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까지 시행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매매 전환 욕구가 줄어들고 투자 수요 유입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속도를 늦추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전세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점은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갭투자가 성행한 것은 2014년 이후 저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세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줄어든 것이다.
최근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로또 청약’을 노리는 대기수요가 전세로 주저앉으면서, 전세 수요자는 늘어나는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전세물량 감소하고 있어 4년 전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3%로 전주(0.02%)보다 상승폭이 0.01%포인트 올랐다. 최근 전셋값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전주 0.04%에서 0.09%로, 서초구는 0.13%에서 0.18%로, 송파구는 0.01%에서 0.03%로 각각 오름폭이 확대됐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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