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이 있어요."
지난달 25일 오후 2시쯤 서울 서초경찰서에 급박한 112신고가 접수됐다. 서초구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에서 유모(47)씨가 난간을 잡고 한강으로 뛰어들려 한다는 신고였다.
순찰 중이던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우병탁(33) 경장과 오현중(33) 순경도 무전으로 이런 내용을 들었다.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즉시 순찰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약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다리 위에 유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시민 10여 명이 빠른 물살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119구급대와 한강경찰대의 경비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 머리까지 물에 잠긴 유씨는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우 경장과 오 순경은 경찰장구를 넣는 조끼만 벗어 던지고 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전날 내린 비로 당시 잠수교 수위는 도보 통제 기준을 1m만 남길 정도로 불어났다. 유속이 빨랐고 물결은 거칠었다. 오 순경은 중학교 시절 수영 선수였다. 우 경장도 수영을 할 줄 알았지만 자칫 자신들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 경장과 오 순경은 약 30m를 쫓아가 유씨의 머리와 다리를 붙잡았다. 이미 실신해 고개를 자꾸 물 속으로 떨어뜨리는 유씨의 자세를 바로 잡으며 헤엄을 쳐 무사히 되돌아 왔다.
힘겹게 뭍으로 유씨를 끌어올린 둘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약 5분 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유씨의 맥박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유씨는 의식을 회복했다.
2일 반포지구대에서 만난 오 순경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우 경장은 “두려운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고 구조 순간을 회상했다. 두 명 모두 숨이 턱 끝까지 차고 강물이 입 안으로 들이쳐 구역질이 났지만 한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바로 건져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순경은 구조를 결심한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 경장은 “수영을 취미로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해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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