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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이어 장비까지 ‘설상가상’…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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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이어 장비까지 ‘설상가상’…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

입력
2019.08.03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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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수입 의존도 높지만 대체 조달 가능한 석유ㆍ화학 업계 여유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수입해 쓰는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1,120개의 전략물자 중 핵물질 등 무기류에 해당하는 263개 ‘민감 품목’을 제외한 857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할 때마다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중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분야 일부 소재는 일본산 제품에 거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다만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화학, 철강 등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 제품을 대체 공급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전망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군은 반도체 업계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반도체 업계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기존 3개 품목 외에 △반도체 주요 생산원료인 실리콘 웨이퍼 △기판위에 반도체 회로를 형성화 하는 포토 마스크 △포토마스크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등 거의 대부분의 소재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묶였다. 이들 반도체 소재의 일본 의존도는 50~70%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웨이퍼 등은 고순도 불화수소와 달리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단기간에 국내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출 규제 조치가 본격화 하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소재뿐 아니라 연마기, 세척기, 여과기 등 각종 반도체 생산장비도 일본산에 크게 의존을 하고 있는 게 문제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 장비 32%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장비는 다른 나라에서 충분히 대체품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업체가 증착과 식각 등의 반도체 장비를 주로 만들고 국내 업체들이 이를 주로 수입하지만, 미국 AMAT, 미국 램리서치 등의 장비를 대체 구입해 써도 된다”며 “미세공정에 활용되는 노광장비 등도 네덜란드 ASLM이 강점을 보이고 있어 일본 조치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점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일본산 소재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일본과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공급망 사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말했다.

일본산 품목을 많이 수입하는 배터리ㆍ석유화학ㆍ철강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배터리ㆍ석유화학ㆍ철강 업체들은 ”일본산 부품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수입비중이 높은 철강 품목은 머레이징강과 스테인레스 반제품 등 두 가지다. 머레이징강은 철과 니켈, 코발트, 몰리브데넘을 섞어 만든 강철로, 항공기 제트 엔진이나 초고압 화학 장치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스테인레스 반제품은 스테인레스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중간 단계 소재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머레이징강은 국내 2개 업체에서 연간 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스테인레스 반제품은 일반적인 품목이라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톨루엔과 자일렌을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석유화학과 배터리 업계 역시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품목의 일본 수입 비중은 각각 79.3%, 95.4%(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톨루엔과 자일렌의 수입물량 대다수가 일본산인 이유는 한ㆍ일 양국 기업이 합작회사를 만들면서 일본산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라며 “한ㆍ일 합작 회사에 투입되는 물량이 대부분인 만큼 일본 정부가 섣불리 추가 규제를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도 “톨루엔과 자일렌은 대만과 싱가포르, 미국 제품으로 대체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90%를 차지하는 4대 핵심 소재(양극재ㆍ음극재ㆍ전해질ㆍ분리막) 중 양극재와 음극재의 일본산 수입 비중은 15%를 밑돈다. 분리막은 일본 제품 비중이 83%에 달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전 세계에서 앞 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어 대체가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외부를 감싸는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지만 배터리 제작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작고,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국산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연 기관 자동차는 기술 대부분이 국산화돼 있어 큰 영향이 없지만 미래 먹거리인 수소차는 상황이 정반대다.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연료탱크 제작에는 일본산 탄소섬유가 주로 쓰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자동차는 탄소섬유의 40%를 일본 도레이에서 들여오고 있다”며 “국산화를 하려 해도 연구개발(R&D)까지 시간이 걸려 미래차 주도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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