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무역보복”, “이기적인 민폐행위”,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대(對)일본 메시지는 전례를 찾기 힘든 초강경 기조였다. 또 8분간 생중계 되는 내내 문 대통령은 엄중한 표정, 낮은 목소리, 단호한 어투로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비장한 분위기는 국무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오후 1시 59분 검은색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1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평소 국무회의 석상에 들어서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곤 한 문 대통령은 이날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잠깐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입술을 꾹 다문 채 자리에 착석했다.
발언 시작과 동시에 일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면서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 톤이 한층 격앙되기도 했다.
발언을 하는 중간 중간 좌우에 배석한 국무위원들을 한차례씩 응시하던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맞대응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생중계 카메라를 응시하며 보다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잠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에 따라 임시로 소집된 것이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무회의 상황을 생중계로 전달한 것도 국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온 국민이 관심 뜨겁게 갖고 있는 주제여서 국민들에게 바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35분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