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쪽짜리 고교체제개편” 비판도
올해 평가 대상 24곳 중 10곳 일반고 전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삭제해… 일괄 폐지해야”
교육부가 2일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결정에 모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자사고 8곳 등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10곳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일각에선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상산고와 같은 전국단위 자사고는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해 반쪽짜리 교육개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1일 열린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 심의 결과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의 지정취소 절차 및 평가지표 내용이 적법하고, 평가가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해 서울 자사고 8곳, 부산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생 충원과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오다 일반고로 자발적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의 지정취소 결정에도 동의했다.
교육부는 우선 서울 지역 자사고 측의 ‘예고 없이 평가가 진행돼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충분히 예측 가능한 평가였다”고 반박했다. 박 차관은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4년과 비교해 30여개 평가지표 중 신설지표가 2개 뿐”이라면서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적법한 절차”라고 말했다. 자사고 측이 문제제기 한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교업무 정상화 및 참여 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등 서울시교육청의 4개 재량지표도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 관할 모든 고등학교에 배포된 ‘학교자체평가 지표’에 기반하고 있어 정당한 기준이라고 교육부는 봤다. 교육부 결정에 따라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은 내년부터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이날 재지정 평가에서 54.5점(기준점수 70점)을 받은 부산 해운대고의 지정취소 결정에도 동의했다.
이날 발표를 끝으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다. 전국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총 10곳이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일반고 역량 강화 등 고교체제개편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돼 시도별로 자사고가 우후죽순 설립된 결과”라고 평했다. 이번에 폐지된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은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로 전환된 학교들이다.
일각에선 서울 지역 자사고 등 광역 단위 자사고는 일반고로 대거 전환하면서도 정작 고교서열화 주범으로 꼽히는 ‘전국 단위 자사고’는 모두 살려둔 교육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지정 여부의 최종 결정권자인 교육부가 지난 주 전북교육청의 폐지 결정을 뒤집고, 전주 상산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하나고 등 8개 전국 단위 자사고는 모두 살아남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라는 학교 형태를 일괄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자사고 정책이 낳은 폐해가 분명함에도 ‘좋은’ 자사고와 ‘나쁜’ 자사고를 가리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반교육적”이라며 “자사고, 특목고의 존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는 일단 이번처럼 평가를 거쳐 일반고로 전환하고, 나머지 자사고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폐지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이날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자사고공동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임이 명백하다”며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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