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또 이번 조치가 한국에 대한 경제적 타격뿐 아니라 한국에 수출하는 자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석간을 발행한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소식을 1면 주요 기사로 전했다.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유력 매체들은 “이번 조치로 한일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의 영문 매체 니케이아시안리뷰도 “무역과 역사에 대한 이웃 국가 간 불화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시장에 부담을 주고, 양국 간 긴장을 빠르게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NHK 방송은 한일 관계에 정통한 시즈오카(静岡) 현립 대학의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교수 인터뷰를 통해 한일 간 ‘보복의 악순환 가능성’을 지적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판결과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한국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일본이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매체들은 이번 ‘2차 규제’가 자국 산업에도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 재료에 대한 수출 관리 강화에 이은 제2탄”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생산거점에서 일본산 수입품을 사용할 경우 절차가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사히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 등에도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니 등 일본 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한국에 수출되는) 통신기기 등 다양한 수출 품목이 사전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민간 차원의 한일 교류가 더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이니치는 이날 일본이 7월 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한일 민간교류 중단 사례가 35건에 달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충남 서산시와 나라(奈良)현 덴리(天理)시의 학생 교류 사업 등이 중단됐고, 니가타(新潟)현 시바타(新發田)시가 다음 달 예정인 한국 영화 상영회에 후원 취소를 하는 등 악화된 양국 관계가 비경제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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