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구원을 등록해 인건비를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정부에서 연구장학금 12억원을 더 받아 빼돌린 서울대 교수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비해 관대한 판결이어서 논란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모(58)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교수는 2008년 4월부터 연구원 인건비와 연구장학금 명목으로 45억5,000여만원을 지원받아 이 가운데 27억여원만 실제 지급했다. 석사과정생에겐 80만~93만원, 박사과정생에겐 140만~150만원씩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공동운영경비로 쓰게 했다. 국고지원 사업 BK21(두뇌한국21) 관리운영지침은 대학원생 개인에게 지급하는 연구장학금을 일괄 관리하거나 회수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 전 교수는 이 지침을 어기면서 차액인 7억4,000여만원을 빼돌린 것이다. 또 2013년 9월~2017년 1월 자신이 수주한 연구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 이름을 허위로 올려 인건비 총 5억1,000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한 전 교수는 이렇게 빼돌린 12억6,000여만원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 운영 비용으로 썼다.
1심은 “당초부터 지급받을 인건비 중 일부를 학생연구원들에게 주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며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빼돌린 돈을 모두 변제하거나 공탁했고, 개인적 이익이 크기 않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을 줄였다. 대법 양형 기준은 사기범죄의 규모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6년 징역형을 선고토록 해두고 있다. 양형 기준에 비해 낮은 형이지만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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