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돕기에 앞장서온 패션 기업 마리몬드가 자사 고객들을 부적절하게 표현한 문건이 유출돼 비난을 받자 공개 사과했다.
문제의 문건이 알려진 것은 1일 밤 트위터를 통해서다. ‘미투 사건 대응 전략’이라고 적힌 문서에는 “미투 이슈 이후 떠난 고객군”에 대해 “가치에 공감하기 보단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리몬드를 소비한 10대 후반, 20대 초반 고객군”이라고 적혀 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무궁화, 능소화, 패랭이꽃 등 특정 패턴을 사용한 상품을 제작, 판매해왔다. 수익 일부를 피해 할머니 지원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 뜻에 동조해 마리몬드의 상품을 소비했던 10대 후반, 20대 초반 사용자들은 이번 문건에 대해 “소비자 기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마리몬드 공식 인스타그램에 “위안부를 지지하는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기만하다니 실망이다”(ss****), “가격도 비싼 편이고 품질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할머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는데 소비자를 이렇게 분류하고 계셨다니 실망스러울 따름”(gr****)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2018년 2월 발생한 미투 이슈에 연관된 후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다”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료를 작성하던 중 투자를 받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 ‘미투 이슈로 떠난 고객은 일부’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으나 잘못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2018년 2월 발생한 미투 이슈는 윤 대표의 부친인 윤호진 감독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사과한 사건이다.
윤 대표는 “제가 다시 읽어봐도 이 문장은 고객들께 상처를 드리는 문장임에 분명하다. 모든 고객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제 개인의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고객과 직원들의 진정성에 상처를 드리게 됐다. 거듭 사과 드린다”며 개인의 잘못임을 강조했다.
마리몬드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 유치 용도로 작성된 문서라 일반 직원들도 모르고 있었다. 소비자들께서 상처받으신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며 “대표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과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후속 조치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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