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이 아무리 발전해도 저소득층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은 개선되지 않고 고소득층과의 소득 격차와 불평등만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 연금을 모두 가입한 근로자들의 예상되는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의 차이는 최대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내용은 국민연금연구원이 1일 공개한 ‘근로자의 소득수준별 퇴직ㆍ개인연금 가입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담겼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노후 최소 생활비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확보하고, 적정 생활비는 사적연금과 주택연금 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나 노후 소득 양극화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국민ㆍ퇴직ㆍ개인연금 세 가지를 모두 가입한 사람의 비율을 따져보니 소득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최고 소득층의 가입률(45.9%)과 최저 소득층 가입률 (5.5%) 차이는 무려 9배에 달했다. 월별 연금 수령액 총액도 차이가 컸다. 최고 소득층은 154만5,621원을 받지만 최저 소득층은 54만8,797원을 받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세 가지 연금을 앞으로 25년간 가입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보험료율을 상품별, 소득별로 적용한 결과다. 국민연금은 현행 보험료율(9%)와 소득대체율(40%)이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근로자의 경우 25년간 가입한다고 해도 향후 예상되는 수령액(54만원)이 내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준이다. 저소득층은 국민연금만 가입한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액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와 장기체납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퇴직연금을 준 공적연금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대상자와 세액공제 확대로 발생하는 연금격차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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