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영국에서 닮은꼴 지도자가 정권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취임한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 얘기다. 두 지도자는 금발머리나 인종ㆍ성차별적 말실수도 닮았지만, 무엇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5일 첫 의회 연설에서 10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외쳤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최근까지도 존슨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연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과거 행보는 사업가 겸 버라이어티 스타로 깜짝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과 사뭇 다르다. 존슨 총리는 이튼 스쿨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하며 전형적인 영국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그의 헝클어진 옷차림과 더벅머리가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후 2001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7년만에 런던 시장에 당선된 존슨 총리는 2016년까지 8년간 연임가도를 달리다 브렉시트 지지 운동을 통해 유력 차기 주자로 부상했다.
화려한 여성편력은 두 지도자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 꼽힌다. 존슨 총리는 불륜으로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지난해 9월 두 번째 부인과도 25년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29일 보좌관 출신인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와 총리관저에 공식 입주, 결혼한 사이가 아닌 파트너 관계로 관저에 사는 첫 번째 커플이 됐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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