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외교장관들이 “우리의 주요 무역 대상국 간에 무역 긴장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52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서다. 이는 한일 갈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3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총 58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경제 공동체로서의 아세안이 거둔 경제적 성과를 서술하고 있는 28항엔 ‘우리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 사이에 불거진 무역 긴장에 우려를 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구체화된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다자 무역 체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국과 일본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정부가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조치가 보복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문구는 지난해 공동성명에선 담기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오후 아세안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며 ‘아세안과 한국이 이러한 무역 질서의 후견인임이 기쁘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강 장관이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 무역질서는 물론 한국과 아세안 양측의 공동번영에 도전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데 대해, 아세안 측 장관들은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유무역질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 역시 수출규제 조치가 안보상 이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WTO 규범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아세안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 및 관련국들의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기여를 적극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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