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인 ‘대일 메시지’도 예상… 산업부, 내달 9일까지 업계 설명회 진행하며 대응책 찾기
일본이 2일 예상대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정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불 대응을 하기보다 물품 수입선을 바꾸고 국산화를 유도하는 등 ‘탈(脫) 일본’ 기조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10시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처리되면 정부는 당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對)일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현실화 이후 대응책과 관련한 여권의 기류는 두 갈래다. 우선 ‘일본에 맞서고 보자’는 목소리가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된다면 경제 전면전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전날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일부에선 ‘맞보복’을 거론한다. 당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의 한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소재ㆍ부품 관련 세계 1위인 품목이 일본은 130여개이고 우리가 70여개”라며 “일본에 타격을 줄 만한 수출규제 카드가 제법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제품 수입 금지와 관세 인상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오르내린다.
그러나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시행 시기인 8월 하순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관리령이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취지가 아닌 만큼 상황 관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서로 끝장을 볼 게 아니라면 외교 통로를 마련해 놔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맞대응은 자충수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과 똑같이 대응했다가는 국제 여론전과 일본 상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카드를 쓸 명분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부품 국산화 같은 ‘일본 벗어나기’ 전략을 구체화하는 게 현실적 대응이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대책의 초점도 일단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태 수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조선 업계를 대상으로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를 연 데 이어 항공ㆍ자동차ㆍ전자정보ㆍ통신 등 업체에도 설명회를 내달 9일까지 진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요 품목의 수급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기업에 제때 제공하고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ㆍ정ㆍ청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최종 결정되면 ‘반도체 등 부품ㆍ소재ㆍ장비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외교적 해법 찾기를 이어가되, 일본에 대한 항의 수위는 최대한 높인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강경한 대일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도 정부가 고려하는 압박 수단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 @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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