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켈리 크래프트(57)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후보에 대한 인준안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통과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크래프트 후보의 외교 경험 부족과 이해 충돌 등을 문제 삼았으나 결국 인준을 막지 못했다. 니키 헤일리 전임 대사가 지난해 12월 사임한 이후 7개월 만에 공석이 채워지면서, 북미 소통 창구인 ‘뉴욕 채널’이 활성화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이 다수인 미 상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56 대 반대 34로 인준안을 의결했다. 직전까지 캐나다 대사를 역임한 크래프트 후보는 공화당의 ‘큰 손’ 기부자로 통한다. 대형 석탄업체의 경영자인 남편 조 크래프트와 함께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최소 200만달러를 기부해 ‘친(親) 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인준 수 시간 전까지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크래프트 후보에 대한 ‘부적격’ 보고서를 내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해당 보고서는 그를 “외교 초보자”라고 칭하면서 “진지함과 전문성이 결여돼있다”고 평가했다. 또 2017년 10월부터 캐나다 대사를 역임하면서 집이 있는 켄터키와 오클라호마에 43차례 방문하는 등 공관을 임기 절반가량인 300일 동안 비운 점도 논란거리다.
크래프트 후보의 남편이 화석연료 사업을 하는 만큼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에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크래프트 후보는 자신을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은 화석 연료가 환경 변화에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선을 그었다. 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석탄과 관련한 유엔 회담에는 모두 자진해 불참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크래프트 후보의 부임으로 뉴욕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북미 실무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 채널은 미 당국자들과 유엔 북한대표부 사이의 전통적인 북미 소통 창구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은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7월 리용필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평양과 뉴욕을 두 차례 왕래하는 게 포착되기도 했으나, 협상 재개는 예정보다 지연된 상황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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