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中 왕이 외교부장 회담… “자유무역 질서 유지돼야” 한국 입장 공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결정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한 한일 갈등은 1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논의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양국 갈등 상황을 전해 듣고 “세계 자유무역체계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강 장관은 이날 오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45분간 왕이 부장과 회담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중국 측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 수출규제 강화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를 근간으로 하는 전세계 자유무역 체계 질서가 중요하다”며 “역사를 거울 삼아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보복이 자유무역 가치에 위배되며, 한일 관계를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투트랙’ 방식으로 분리해 발전시켜가야 한다는 우리 정부 방침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 장관은 지난달 23일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데 대한 재발 방지를 재차 촉구했다. 왕이 부장은 진입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채 양국간 긴밀히 소통해나가자는 원론적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도 공유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한중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전날 열린 제52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은 “우리의 주요 무역대상국 간에 무역 긴장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국과 일본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정부가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일본이 한국을 향해 경제보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결과로 보인다. 강 장관은 1일 오후 이 문구를 인용해 “아세안과 한국이 이러한 (자유)무역 질서의 후견인임이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