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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음 주춤, 제로페이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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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음 주춤, 제로페이 뒷심

입력
2019.08.02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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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섭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이 7월 31일 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인천이(e)음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김상섭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이 7월 31일 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인천이(e)음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 지역화폐(전자상품권) ‘인천이(e)음’이 도입 1년만에 사용자 혜택이 대폭 축소돼 가입자수와 결제액의 가파른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드수수료가 아니라 쓰는 사람이 없어 제로페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를 받았던 서울시 주도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는 결제 방법 개선 등으로 최근 들어 결제액이 급증하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1일 서울시와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가 지역 내 소비와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7월 내놓은 인천이음은 올해 1월 한달 간 가입자 수와 결제액이 각각 3,426명과 1억6,493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4월부터 카드나 현금 대신 쓰면 결제금액의 6%를 국ㆍ시비를 들여 즉시 되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이 생기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서구가 구비를 더해 10%까지 캐시백 혜택을 주는 이음카드를 발행한 5월부터는 가입자가 폭증했다. 연수구ㆍ미추홀구 등 다른 자치구도 경쟁적으로 8~11%의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6월 한달 간 가입자 수와 결제액은 23만8,125명과 1,386억7,302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기준 가입자 수와 결제액이 각각 70만6,000명과 4,300억원을 넘어서면서 연말까지 가입자 수 70만명, 결제액 3,000억원이라는 목표가 5개월 앞당겨 초과 달성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가 많은 사람에게 캐시백 혜택이 집중된다는 ‘빈익빈 부익부’ 논란이 제기됐다. 캐시백 혜택을 악용한 투기와 추가 캐시백 혜택이 없는 자치구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실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의 1%가 총 결제액의 12.2%를 차지했다. 고가의 중고차와 귀금속을 결제하고 캐시백 혜택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결국 인천시는 이달부터 월 결제액 기준으로 100만원까지만 6%의 캐시백 혜택을 주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다. 지난달 한달 간 11%의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을 제공했던 연수구가 이달부터 월 결제액 50만원까지만 10%의 캐시백 혜택을 지급하는 등 자치구들도 혜택을 축소했다. 시와 자치구가 짧게는 한달만에 혜택을 대폭 축소하면서 결국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액수 제한이 없이 캐시백 혜택을 본 사용자와 다른 사용자 간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서구 주민 박모(37)씨는 “이음카드로 2,0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 200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다는데, 석달 만에 월 30만원까지만 캐시백 혜택(서구 기준 10%)을 주는 걸로 바뀐다고 하니 억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제로페이-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제로페이-박구원 기자

지역화폐인 인천이음과 달리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는 결제 방법 개선 등으로 최근 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3월 정식 출범한 제로페이는 지난 1월 865만원에 그친 하루 평균 결제액이 지난달에는 3억원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세를 늘리고 있다. 누적 결제액도 3월 20억7,9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25일 기준 200억2,300만원으로 200억원을 돌파했다. 결제 방식이 간소화되고 5월부터 편의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로페이는 바코드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인 QR코드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보니 실물 카드나 스마트폰 응용소프트웨어(앱)이 없어 진입 장벽이 높았다. 기존에는 점포에 있는 QR코드를 찾아 휴대폰에 인식한 뒤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들어 비밀번호를 누른 뒤 점포에 있는 포스(POS) 단말기로 휴대폰 화면에 있는 바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다소 간소화됐다.

서울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정모(43)씨는 “제로페이를 작년부터 알았지만 결제방식이 번거로워 잘 쓰지 않았다”라며 “최근에는 자주 쓰는데, 오늘도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음료수를 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실물 카드가 있는 인천이음과 달리 스마트폰으로만 쓸 수 있어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또 카드수수료가 많게는 영업이익의 절반까지 차지하는 자영업자로서는 분명 이익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혜택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제로페이는 카드사 개입 없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결제금액이 직접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카드 수수료를 낮췄다. 카드수수료는 연 매출에 따라 0~0.5%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용액의 40%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내세우지만 신용카드가 주는 각종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포기하고 제로페이로 갈아탈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40% 소득공제도 연봉의 25% 이상을 써야 하는데다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국회 벽을 넘지 못한 상태다. 관이 결제시장에 개입한다는 데서 얻은 ‘관치페이’라는 오명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홍찬 서울시 제로페이추진반장은 “높은 카드수수료에 대한 대안으로 제로페이가 제시된 이후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추는 등 업계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40% 소득공제와 관련해 올해 사용 분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소급 적용돼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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