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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공감, 협력 안 되는 인간… 침팬지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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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공감, 협력 안 되는 인간… 침팬지에게 배워라

입력
2019.08.01 17:03
수정
2019.08.01 19: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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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털원숭이 집단의 알파암컷 오렌지가 어른이 된 두 딸 사이에 앉아 있다. 두 딸은 서로 심하게 싸우고 난 뒤 오렌지를 찾아왔다. 가족의 화해가 일어나는 동안 세 암컷은 꿀꿀거리는 소리를 합창하고 키스를 하고, 상대방의 새끼를 다독이며 유대 관계를 확인했다. 세종서적 제공
붉은털원숭이 집단의 알파암컷 오렌지가 어른이 된 두 딸 사이에 앉아 있다. 두 딸은 서로 심하게 싸우고 난 뒤 오렌지를 찾아왔다. 가족의 화해가 일어나는 동안 세 암컷은 꿀꿀거리는 소리를 합창하고 키스를 하고, 상대방의 새끼를 다독이며 유대 관계를 확인했다. 세종서적 제공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왕립 뷔르허르스 동물원. 암컷 침팬지 무리의 지도자로 군림한 59세 마마는 죽음의 문턱 앞에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4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얀 판 호프(79) 교수가 다가왔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얀이 둘만 알 수 있는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자, 마마는 그제야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얀을 본 순간 마마의 얼굴 한가득 미소가 번졌다. 얀이 허리를 숙이자 마마는 손을 뻗어 얀의 목을 감싸 끌어안고, 머리와 목덜미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인간과 동물이란 종의 경계를 넘어 평생 우정을 나눈 둘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인간은 흔히 동물에게 감정이 없다고 착각한다. 인간보다 열등한 동물의 행동은 그저 본능에 충실할 행위일 뿐이라고 깎아 내린다. 동물에게 감정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막상 그 감정의 폭과 깊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은 그런 편견과 무지를 깨트리며 인간 중심 패러다임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동물의 지능을 탐구한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쓴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 에모리대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동물의 감정을 파고들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동물 역시 인간의 오만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쥐는 간질여 주면 꺅꺅거리는 고음을 내며 즐거움을 표현했다. 시큼한 냄새를 맡은 개는 입을 오므리는 것으로 혐오감을 드러냈다. 좋은 환경에서 사육된 돼지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드 발 교수는 “사랑, 기쁨, 미움, 두려움, 자부심, 수치심, 죄책감, 복수심, 감사, 용서, 희망, 혐오, 공감 등은 인간만의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똑같이 심장을 갖고 있듯 감정도 동일한 기관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동물의 감정은 인간의 어떤 감정보다 성숙했다. 공감 능력은 좋은 예다. 인간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의 아픔을 외면하기 바쁘지만 동물은 달랐다. 태국 북부에서 구조된 코끼리 메이 펌은 눈이 먼 친구 조키아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달려가 귀를 활짝 펼치고 꼬리를 치켜 올렸다. 실험용 쥐는 초콜릿 칩을 먹으러 가는 대신 유리 용기에 갇혀 있는 동료 쥐를 먼저 구하려 애썼다. 아이를 출산하는 친구 옆에서 같은 동작을 따라 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침팬지도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도 탁월했다. 과제를 수행한 보상으로 한쪽에는 침팬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도를, 또 다른 쪽엔 당근을 주는 실험을 보자. 당근을 건네받은 침팬지는 당근을 집어 던지며 짜증을 부렸다. 억울하고 분함이 역력했다. 그러자 포도를 받은 침팬지가 포도 먹기를 거부했다. 공정하지 못한 처우에 대한 저항이었다. 침팬지들은 이기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취하고 불의에 눈감는 대신 함께 잘사는 길을 택했다. 위로, 공감, 협력 등 선한 감정을 유지하려는 동물들의 노력은 무리의 번영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힘이었다.

반면 인간 사회는 어떠한가. 분노와 반목, 갈등, 혐오 등 부정적 감정이 넘쳐 흐른다. 책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인간이 더 조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동물에게 감정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침팬지처럼 위로하고 공감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동물의 감정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드 발 교수는 강조한다.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지위에서 바라보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동물을 무시하고 학대하고 하찮게 대할수록 인간은 갈수록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발 지음ㆍ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발행ㆍ468쪽ㆍ1만9,500원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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