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몰래 담아 나가도 의류 매장 검색대에는 걸리지 않는 특수가방을 이용한 절도범이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일 의류 매장에서 958벌, 시가 약 3,600만원어치 상당의 옷을 훔친 혐의로 베트남인 A(3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옷이 한 두벌도 아니고 수십, 수백벌씩 뭉텅이째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한 매장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특정 브랜드 매장에만 나타나는 A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브랜드 매장에다 A씨가 인상착의를 일러주면서 나타나는 즉시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붙잡은 A씨의 절도행각은 단순했다. 닷새 동안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특정 브랜드의 서울 시내 매장 일곱 곳을 돌아다니면서 옷을 훔쳤다. 특별한 수법이랄 것 없이, 그냥 매장에 들어가 가방에다 옷을 몰래 담은 뒤 나오는 게 전부였다.
A씨 범행의 비밀은 그가 들고 다닌 ‘특수가방’에 있었다. 보통 의류 매장들을 옷에다 도난 방지용 택을 달아두고, 이 택을 제거하지 않은 채 매장 밖으로 옷을 가지고 나오면 매장 입구 검색대에서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A씨의 특수가방에 옷을 담으면 검색대에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베트남제 특수가방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에도 베트남인 2명이 특수가방을 이용해 의류 399벌을 훔친 적이 있다. 당시 베트남 사채업자가 채무자들에게 가방을 주면서 옷을 훔쳐오라고 시켰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특수가방의 구체적 재질이나 작동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쪽에서 모종의 조직적 범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A씨는 ‘베트남에서 가방을 사왔을 뿐’이라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